증권가 연말 임원인사에서 투자은행(IB) 부문과 해외 현지법인 등 글로벌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증권업계 먹거리가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서 기업금융 및 국내외 대체투자로 옮겨간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대체투자·디지털 관련 조직이 확대된 반면,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부서는 된서리를 맞았다.
연말 증권사 승진인사, 'IB' 혹은 '글로벌' 출신
승진 임원 10명 중 4명은 ‘IB·글로벌’

22일 한국경제신문이 연말을 앞두고 정기 임원인사를 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 4개사의 상무보급 이상 승진자 69명을 분석한 결과 IB부문이 가장 많은 21명(30.4%)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지원 등 관리가 24.6%, 자산관리(WM) 15.9%, 글로벌과 트레이딩이 각각 11.6%로 뒤를 이었다.

이런 결과는 증권업계 수익구조가 전통적인 리테일 점포 중심의 브로커리지에서 탈피해 부동산 등 대체투자,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등 IB 위주로 재편된 흐름과 무관치 않다.

높아진 IB의 위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가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부사장 승진자 3명 중 2명(이세훈 IB본부장, 여은석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을 IB 출신으로 채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필두로 IB 전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낸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온라인 주식거래 강자’ 키움증권 또한 IB 핵심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김영국 구조화금융본부장과 엄주성 투자운용본부장이 각각 전무로 승진하는 등 상무보 이상 승진자 8명 중 5명(62.5%)이 IB 인력이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래에셋과 한투증권에서는 글로벌부문이 두각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에서는 해외법인을 총괄하는 이만열 글로벌부문 대표가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글로벌부문에서 6명의 상무보 이상 승진자를 배출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사장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올 3분기까지 해외 법인 누적 순이익이 증권업계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을 낸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에서도 송상엽 인도네시아법인장과 박원상 베트남법인장이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했다.

NH·KB “라임 연루 부서장 교체”

조직개편을 단행한 증권사에서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 관련 조직 확대가 눈에 띄었다. 한투증권은 기존 5개 본부 체제였던 IB부문을 기존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IB그룹과 부동산금융 및 대체투자를 총괄하는 PF그룹 등 2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신설된 PF그룹장에는 이번에 전무로 승진한 김용식 PF1본부장을 임명했다.

NH투자증권은 대체투자 자산의 재판매(셀다운)를 전담하는 신디케이션본부를 신설하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를 담당하는 IB2사업부 조직을 기존 3본부 8부서에서 3본부 10부서로 확대하는 등 개편을 마무리했다.

최근 증권가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관련 움직임도 있었다. 한투증권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기반 신산업 기획을 담당하는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본부를 신설했다. NH증권은 디지털영업본부를 신설해 고객 맞춤형 디지털 서비스를 전담토록 했다.

일부 증권사에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대상으로 대출과 증권 대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했다. 라임운용과의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로 10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NH증권은 PBS본부장을 전격 교체했다. 라임운용과의 TRS 거래액이 가장 많은 KB증권은 PBS업무를 맡은 델타원솔루션본부 부서장을 지난달 리스크부문 출신으로 바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