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럽 증시가 긴 터널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 올 한 해 최대 승자였던 미국보다 오히려 수혜가 클 것이란 기대에서다.
월 200억유로 푸는 유럽…獨 자동차주 '유망'
경기 반등 기대에 증시도 상승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유로존 국가(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은 1.4%로 추정했다. 지난해(1.9%)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내년부터 독일을 시작으로 경기가 점차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0.5%에서 내년 1.4%로 껑충 뛸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수출의 핵심인 자동차 생산이 경기 회복을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1월 자동차 생산대수는 42만3400대로 전월보다 4.4% 늘었다. 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올해 내내 기준선(50)을 밑돌았지만 11월 들어 전월 대비 2.2포인트 오른 44.1을 기록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였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독일을 중심으로 경기 및 실물지표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며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소비가 회복되면 반등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일 독일 DAX30지수는 106.94포인트(0.81%) 오른 13,318.90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10,000선까지 떨어졌다가 11월 들어 13,000선을 회복했다. 유로스톡스50지수, MSCI 유럽지수 등도 연초 대비 각각 25.83%, 21.47% 올랐다.

글로벌 교역이 활발해지면 미국보다 유럽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상장사의 80%가 내수에서 매출을 창출하지만 유럽 상장사들은 중국 등 신흥국에서 주로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데이비슨 AB자산운용 주식부문 매니저는 “영국을 제외한 유럽 상장기업의 실적은 평균적으로 미국의 대형주보다 경기 사이클에 더 민감하다”며 “경기 반등에 따른 효과는 유럽 기업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유로존(유로스톡스50)과 독일(DAX30)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각각 10.6%, 13.0%인 반면 내년 S&P500의 EPS 증가율은 7%(영국 바클레이즈)로 집계됐다.

“미국보다 유럽이 경기에 더 민감”

유럽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1월 1일부터 월 200억유로(약 25조6000억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무기한 시행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정부 등도 잇따라 법인세율 인하에 나섰다. 독일은 내년부터 5년간 전기자동차 구매 시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를 절반 이상 늘리면서 유럽연합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 대선 이후와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2단계 협상은 중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어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이 끝난 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다시 거센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