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에서 EPC(설계·조달·시공) 관련주들이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패권 확장 움직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상장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중동에서의 EPC 발주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근거로 제시된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200원(1.04%) 오른 1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분기 들어 16.07% 올랐다.

내년 해외 수주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게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올해보다 1.4% 많은 4157억원이다. 6개월 전(3932억원)보다 5.7% 늘어났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에 미국과 중동에서 EPC 발주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은 에너지 개발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제시장 패권 장악에 나서고 있고, 중동에서는 아람코 상장을 계기로 EPC 투자가 활발해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원유를 생산하는 업스트림 프로젝트 위주로 EPC 입찰이 진행됐지만, 내년에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EPC 발주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쿠웨이트 알자르 지역에 있는 알주르 화학단지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김 연구원은 “해외 EPC 프로젝트 수주가 결실을 보면 유정·송유관, 굴착기, 관이음쇠 등 관련 업종으로 긍정적 효과가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유정·송유관 상장사로는 현대제철, 휴스틸, 세아제강 등이 꼽힌다. 이들은 철강업황 악화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0.2~0.3배에 머물고 있다.

관이음쇠(피팅) 업체인 성광벤드는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10억원으로 올해 전망치보다 69.6% 많다. 견고한 실적 전망에 비해 주가가 장기간 조정을 받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은 커졌다. 성광벤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25배로 3개월 전(37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