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이 광주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용인공장을 매각했다. 국내에 보유하고 있던 세 개 공장(반월·광주·용인) 중 반월공장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다. 국내 면방직·섬유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경방이 한국에서는 사실상 섬유사업을 접고 있다. 경방은 이미 면방직산업의 하락세 속에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임대 및 쇼핑몰 운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경방이 공장 부지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설지 주목된다.
현금 확보한 경방, 실적부진 탈출 나서나
용인공장 1550억원에 매각 계약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방은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공장을 물류단지 등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주)딩동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1550억원이다. 경방 전체 자산(1조3017억원)의 11.9% 규모다.

경방은 지난 8월 광주공장도 생산을 중단하고 투자설비를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경방은 광주공장 부지도 매각할 예정이다. 면방 중 생사를 만들던 광주공장과 용인공장 모두 멈추고 처분하는 것이다. 경방이 보유하고 있는 공장 중에선 반월공장만 남아 가공사를 생산하고 있다.

경방은 1919년 경성방직으로 설립돼 1960~1970년대 면방으로 국내 수출산업을 주도한 대표 기업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면방직산업의 쇠퇴와 임금 인상 등에 고전하고 있다.

경방의 매출은 섬유사업과 백화점 호텔 등 복합쇼핑몰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경방의 올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은 2520억원, 영업이익은 21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영업이익은 34.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섬유사업부는 매출 1300억원, 영업손실 122억원을 기록했다. 복합쇼핑몰사업부(타임스퀘어 운영)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99억원, 355억원이었다.

매출만 보면 섬유사업과 쇼핑몰이 절반씩 차지하는 것 같지만 섬유사업은 수익 면에서 매년 수십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반면 쇼핑몰 부문은 연간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섬유사업부의 실적은 그나마도 2013년 세운 경방베트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국내 섬유사업부 매출은 580억원에 그쳐 복합쇼핑몰사업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업손실도 75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경방은 베트남 공장에 4200만달러(약 490억원)의 현금을 출자해 지원하고 있다.

자산주 매력 올라갈까…자금 활용이 관건

증권업계에서는 섬유산업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방이 공장 매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방은 보유한 자산가치가 시가총액(2739억원)보다 4.8배 정도 커 ‘자산주’로 분류된다. 경방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38배에 불과하다. 주주들은 경방의 배당금 증액 여부에도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경방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1.1%로 낮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경방은 310원(3.2%) 오른 9990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상한가까지 치솟기도 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방이 공장을 매각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가 당장 시장의 관심이다. 업계에선 확보한 현금을 베트남 공장에 추가 투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선 신규 사업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물류단지 관련 개발업을 하는 딩동에 매각했다는 점에 비춰 경방도 물류센터에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부동산을 매각해 이익을 낸 것 자체는 주주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호재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향후 확보한 현금을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하냐에 따라 장기적으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