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홍콩 사태 등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국책·민간연구원장들의 중론이다.
"세계 경제, 미약한 회복…'정책 불확실성 지속' 이 리스크"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은 “세계 경제의 둔화세가 진정되겠지만 일부 주요 제품의 단가가 떨어지고 통상마찰이 지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며 “국가 간 통상마찰이 올해보다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과 유가, 환율 등 전반적인 경기 여건이 올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내년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정책 불확실성의 지속’”이라며 “미·중 통상갈등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국의 대선 정국까지 겹치면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통상분쟁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견해가 이어졌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미국이 아르헨티나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등 무역분쟁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며 “세계 교역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제의 패권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근본적인 우려 때문에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 사이에 부분적인 양보가 있더라도 이행 여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글로벌 고령화와 개발도상국의 빠른 임금 상승 등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세계 경제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위원은 “각국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 제품보다는 서비스가, 수출입보다는 내수가 수요를 이끄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며 “개도국의 빠른 임금 상승과 기술격차 축소로 교역의 필요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고용률이 최근 빠르게 올라 더 이상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태”라며 “위기를 타개할 열쇠인 생산성 향상도 지지부진하다”고 말했다.

OECD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전망치와 같은 2.9%로 예상했다. IMF가 10월 전망한 내년 성장률은 3.4%였다. 올해 전망치(3.0%)에서 소폭 높아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