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채권시장이 어렵다고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 금리가 많이 오른 원화 채권을 중심으로 국채 투자 비중을 늘려가야 할 때입니다.”

김진하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픽스드인컴운용본부장(상무·사진)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합의나 각국의 재정확대 정책이 글로벌 경기의 유의미한 개선을 이끌기엔 역부족인 만큼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을 현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본부장은 2009년부터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 운용을 맡아 국내 최대 글로벌채권형 펀드로 키워낸 대표적 채권 전문가다.

○원화 채권 선제 투자해야

김 본부장이 10년째 운용 중인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는 글로벌 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 중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설정액은 연금펀드 등을 합쳐 1조6000억원여에 이른다. 연평균 7%가량 수익률을 꾸준히 내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가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비결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분산투자해 변동성을 통제하면서도 끊임없는 모니터링을 통해 투자전략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는 해외 채권펀드를 재간접 방식으로 담은 다른 글로벌채권형펀드와 달리 미래에셋운용 자체 인력으로 운용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 등 해외 현지법인 운용인력 간 협업을 통해 24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리서치와 운용이 이뤄진다. 글로벌 우량채권에 대한 실시간 발굴작업으로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채권 펀드로서는 이례적으로 해외 채권 비중을 대폭 줄이고, 원화로 발행된 국고채 등 편입 비중을 30% 수준까지 높였다. 김 본부장은 “당시 선진국과 신흥국 국채가 모두 손실을 보인 가운데 연 3% 수익률이 예상되는 원화 채권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결과 수익률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올 들어선 금리가 급등할 조짐을 보인 원화 채권 비중을 4% 선까지 빠르게 줄여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 채권시장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20조원 규모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관련 수급 이슈,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중 무역합의와 각국의 확장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금리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3회로 마무리된 데다 유럽에서 불거진 마이너스 금리 논란 등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이 소진됐다는 판단도 채권 약세를 부추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채권 비중 늘려야

김 본부장은 “채권 투자에서도 ‘어려울 때 돈을 넣고, 좋은 때 빠져나오라’는 격언은 유효하다”고 단언했다. 현재 시중 유동자금은 수익률이 악화된 채권에서 빠져나와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내년 중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연말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을 지지할 것으로 꼽히는 요인들이 얼마나 탄탄한지는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각국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 정부가 적극적 확장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집권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만 재정확장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 기업 투자 등 실물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채권 수익률이 급속도로 악화한 한국 시장 역시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게 김 본부장 견해다. 그는 “현재 채권 가격은 불거진 모든 악재를 충실히 반영한 수준”이라며 “현재 4% 수준인 원화 채권 편입 비중을 내년 상반기까지 10%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내년 채권 투자 전략으로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한 주머니에 고루 담는 ‘바벨 전략’을 추천했다. 그는 “선진국 국채 등 우량등급 자산 투자가 우선이지만 투자 기회가 발생한 하위등급 채권 투자도 선진국을 위주로 할 만한 시기”라며 “다만 신용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단일 회사채 투자 대신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