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호 부대표
정근호 부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목장’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근호 스틱벤처스 부대표는 앞으로 5년 내에 다섯 개 유니콘 기업을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투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될성부른 나무에 물을 듬뿍 주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쓰는 벤처캐피털(VC)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과거 투자했던 기업에 추가 투자하는 건수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정 부대표는 “올해 총 네 건의 추가 투자를 했다”며 “이들 모두 유니콘 기업에 근접했거나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라고 말했다. 스틱벤처스는 올해 베트남 전자상거래 2위 업체 티키(TiKi)에 59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27억원을 투자한 데 이은 후속 투자다. 지난해 1000억원 안팎이었던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올해 3000억원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감안하면 내년 혹은 늦어도 내후년에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스틱벤처스 측은 전망하고 있다.

와디즈나 스파크플러스 등 토종 유니콘 기업 후보 역시 스틱벤처스의 추가 투자 대상이 됐다. 국내 1위 클라우드 펀딩업체 와디즈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예비 유니콘 기업 후보로 2017년 2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같은 금액을 추가 투자했다. 토종 공유 오피스업체 스파크플러스에는 지난해 40억원, 올해 40억원 등 총 80억원을 투자했다.

박민식 부대표
박민식 부대표
박민식 스틱벤처스 부대표는 올해 글로벌 투자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스틱벤처스는 올해 베트남의 티키뿐만 아니라 인도의 물류업체 둔조(투자금액 23억원), 미국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업체 팬텀AI(23억원) 등에 투자했다. 박 부대표는 “내년에 베트남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하는 300억원 규모의 신남방펀드 결성이 예정돼 있다”면서 “베트남, 인도, 미국 등 해외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틱벤처스는 내년에도 바이오, 정보기술(IT) 및 IT 서비스 등을 위주로 600억원 이상 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최근 신라젠·티슈진 등의 사태를 겪으며 바이오 투자 전략은 수정될 것이라고 두 사람은 밝혔다.

박 부대표는 “바이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과거 신약 개발업체 위주의 투자를 의료기기나 진단기기업체로 넓혀가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과거에는 임상시험 3상 이상 통과하고 제품 판매까지 동반하는 사업 모델을 통해 대박을 노렸다면, 최근에는 2상 정도에서 기술을 이전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틱벤처스는 2018년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벤처투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누적운용자산(AUM)은 414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투자금액은 460억원가량이었으며, 올해는 58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할 이후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VC에 맞는 과감한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