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주 시장에도 ‘12월의 공포’가 찾아왔다.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 경쟁률이 앞다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지난달까지와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 대 1 이하로 낮아지는 등 기관 반응이 시원치 않자 상장을 자진 철회하고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공모기업도 나왔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연말엔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 기업들의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이 빼곡하게 몰리는 가운데 공모주 투자를 위한 기관 투자금이 마르기 때문이다.
연말만 되면 싸늘…공모주 '12월의 공포'
연말만 되면 식는 공모주 시장

게임개발사 미투젠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증시 투자심리가 악화돼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투젠은 내년 상반기 코스닥시장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게임개발사 SNK가 같은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해를 넘겨 올 상반기 코스닥에 입성했다.

공모주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은 매년 말 찾아오는 연례행사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이유로는 △연내 상장을 끝내려는 기업들의 줄 상장 △기관의 투자금 소진 △앞선 공모 대형주의 주가 하락 등이 꼽힌다.

매년 11~12월에는 상장하려는 기업이 다른 달보다 훨씬 많아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올해 9~10월과 지난해 같은 기간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각각 19개와 14개였다. 하지만 11~12월에 상장한 기업은 올해 36개, 지난해 42개에 달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은 참여하는 투자자 수와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닫힌 시장’에 가깝다”며 “연말에 상장이 몰리다 보니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경쟁률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잘 알면서도 연내 상장을 강행하는 것은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과 약속한 투자금 회수 기간을 지키려는 이유도 있다.

연말이 되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이 바닥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연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정해져 있다 보니 기관이 12월에 몰린 공모기업에 투자금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2월 공모주에 투자해 연말까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저가매수 기회 될 수도

올해엔 앞서 상장한 대형 공모주의 주가 부진도 연말 투자심리 냉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화시스템의 현재 주가는 1만950원으로 공모가(1만2250원)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한화시스템에 넣은 공모금 4026억원 중 상당액이 손실로 묶여 다음 청약으로 이동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적정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공모주 투자심리가 냉각되는 연말을 노려 ‘알짜주’ 주워 담기에 나서는 게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티움바이오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37.3 대 1)을 내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1만6000~2만원)보다 낮은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10일 코스닥시장에서 티움바이오는 공모가보다 25.8% 높은 1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수요예측 경쟁률 74.6 대 1을 거둔 비피도 또한 공모가 1만8000원으로 상장해 이날 2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