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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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건물주’가 되고자 열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부턴가 건물이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은퇴 후 적절한 생계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정기적인 월세 수입을 통해 노후 생활을 풍족하게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정기적인 소득원인 ‘월 차임’이 연체된다면 다달이 필요한 생활비를 확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골치 아픈 법률 분쟁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최근 들어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힘든 시장 환경과 내수 부진으로 인해 차임이 연체되는 상가도 증가하고 있다.

차임이 연체되면 임대인, 즉 건물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임차인이 계약상 정해진 차임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는 계약 위반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임대인은 바로 계약 해지를 포함한 계약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많은 법률 효과를 ‘3기의 차임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연체 차임이 3기에 달하지 않은 경우 특별한 법률 효과는 발생하지 않으며 임대인으로서는 연체된 차임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이는 연체된 차임의 총합계가 3기 차임 이상인 것을 말하는데, 가령 매월 차임이 100만원이라면 연체된 총 누적 금액이 300만원 이상인 경우가 해당한다. 만약 임차인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연속 100만원 중 50만원만 지급했다 하더라도 연체액은 250만원에 불과하므로 300만원에 이르지 않아 3기의 차임액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연속적인 연체가 아니라 하더라도 임차인이 1월부터 5월까지의 차임 중에 1월, 3월, 5월분 전액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연체액이 300만원에 이르므로 3기의 차임 연체에 해당한다.

연체 차임이 3기에 달했다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임대인은 그 선택에 따라 바로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고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임대차보증금이 충분하다면 조금 더 두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계약 해지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이에 바로 응하지 않는 경우 진행해야 할 후속 절차인 명도소송, 집행과정 등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시간의 경과로 인해 임대차보증금에서 모든 연체 차임을 충당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상가 임차인이 월세 못냈다고 바로 못 내쫓아…'3기의 차임액' 연체해야 계약 해지 가능
한편 임차인으로서는 3기의 차임 연체로 인해 그동안 보유했던 많은 권리를 잃게 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최대 10년간 보장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되고, 권리금 보호에서도 제외되는 등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마련한 보호 장치를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 약속을 깨는 순간 계약상·법률상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힘들기 때문에 임차인 역시 가급적 차임 연체라는 계약 위반 사항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