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9일 오전 10시12분

중견 해운회사인 흥아해운이 주력이던 컨테이너선사업부 매각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흥아해운 실적에서 컨테이너선사업을 대신해야 할 탱커선사업의 실적도 지지부진하면서 회사 전체의 사업 기반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어서다. 신용도 악화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이 있어 유동성 위험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흥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B에서 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컨테이너선사업부 매각으로 사업 기반이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란 분석을 반영했다.

흥아해운은 지난달 12일 컨테이너선사업부를 분할해 신설법인(흥아해운컨테이너)을 세웠고, 10일엔 흥아해운컨테이너 지분 90%를 장금상선에 처분한다. 매각 금액은 360억원이다. 흥아해운은 컨테이너선사업과 관련한 해외 자회사 지분도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이 들어오면서 유동성이 일부 확충되는 효과는 있겠지만,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의 81.2%를 차지한 컨테이너선사업을 떠나보낸 여파가 있을 것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판단했다. 흥아해운에 남아 있는 탱커선사업이 주요 사업 기반이 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탱커선 업황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2015년 이후 시장 운임은 하락하고 있고, 운항 항로의 잦은 기상 악화로 운항일수가 줄면서 물동량 손실이 커져 탱커선사업부는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올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흥아해운의 누적 영업적자는 38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적자가 124억원 늘었다. 부채비율은 3039%에 달한다. 흥아해운의 총차입금(별도 기준) 4249억원 중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2240억원이다. 지난달 초 기준 흥아해운이 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267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2017년부터 흥아해운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하기도 벅찬 상태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흥아해운은 유상증자, 선박 처분,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김봉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자구계획과 정책적 지원 등 다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대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위험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