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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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사랑은 남달랐다. 올 들어 유일하게 설정액이 늘어난 지역펀드가 베트남 하나일 정도다. 하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달러 강세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도 풀리고 있어 여전히 투자매력은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들어 수익률 4.85%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개 베트남 펀드의 연초이후 평균 수익률은 4.85%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가 구분하는 20개 지역별 펀드 가운데 가장 낮다. 최근 1개월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수익률은 -3.12%에 불과하다. 이 역시 지역별 펀드 가운데 ‘꼴찌’다.

베트남펀드는 올해 설정액이 늘어난 유일한 지역이다. 올들어 베트남 펀드로는 823억원 순유입됐다. 전체 설정액은 1조6390억원으로 늘어났다. 중국펀드(6조6404억원), 글로벌펀드(5조9941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달러 강세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신흥국 증시 전반이 하락한 것이 올해 베트남 펀드 성적이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베트남 호치민지수는 8.5% 오르는데 그쳤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원인”이라며 “태국(-3.3%), 필리핀(6.0%)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과 함께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분 제한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트남은 2015년부터 원칙적으로 상장사 주식의 100%까지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이사회, 증권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해 취득이 쉽지 않다. 또 베트남 국가 안보 등에 중요한 사업을 하는 기업의 지분은 49%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종목들이 수요과 공급 측면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투자는 몰리는 상황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베트남 주식을 더 비싸게 사고 있다”이라며 “비싼 주식을 서로 치고받는 외국인의 성과가 현지 투자자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에 저평가 매력까지

내년은 올해보다 나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먼저 지난달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후속 절차가 이르면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성장률이 연 7%에 달하고, 낮은 법인세(20%) 등으로 기업 환경이 좋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기업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 팀장은 “기업 이익이 연 8~10% 정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올들어 제조업 구매자지수(PMI)가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을 만큼 경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아졌다. 지난달 장중 1000선을 넘어섰던 베트남 호치민 지수는 현재 950선까지 떨어졌다. 이 팀장은 “베트남 호치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2~13배 정도로 최근 3년간 평균 15배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 전당대회,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소진욱 미래에셋자산운용 베트남 법인 대표는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과는 별개로 정치 이벤트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지분 제한 관련 법률도 시행령 등을 개정하고 관계기관 협의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