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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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긱이코노미 확산·1인가구 증가가 확산 이끌어

정기 구독료를 내고 특정 시점에 상품 서비스를 제공받는 이른바 '구독경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중심이었던 구독경제가 화장품 애견용품 그림 명품 주방 사무실 등 소비재와 사치재, 공간 서비스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성장세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넷플릭스가 신호탄국내 시장은 초기단계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은 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구독경제가 국내 경제에서도 확산하고 있다"며 "구독경제는 반복적인 매출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발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고 밝혔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선지급하고 그 기간 동안 상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정수기나 비데 렌탈로 익숙한 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지금의 구독경제는 기존에 존재하던 정기 구독·배송이나 렌탈 등의 구독사업과는 다르다.
[돈되는 보고서]구독경제를 아시나요…'소비' 패러다임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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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를 차별화 시킨 중심에는 넷플릭스가 있다. 한 달에 10달러만 있어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 반복 시청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구독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동적인 제품을 제공받던 기존 구독모델과 차별화 시켰다.

넷플릭스의 인기로 급성장한 미국과는 달리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초기 단계다. 대신증권은 지난해부터 기존에 구독 모델이 접목되지 않았던 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대신증권.
출처=대신증권.
국내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은 구독경제를 빠르게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장기 저성장 기조와 함께 긱 이코노미(기간제 근로)의 확산, 혼인률 감소, 1인 가구의 증가,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 등이 더해져 시장 확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환경이 구축, '소유'가 아닌 '사용'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속 성장 가능성, 전 산업으로 확산 전망

대신증권은 구독경제 시장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의 사업 모델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한 전통 기업 중 지난 몇 년간 매출과 수익이 성장하고 주가가 상승한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아마존,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이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방식에서 구독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한 어도비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넷플릭스, 세일즈포스, 쇼피파이 등 사업 초창기부터 구독 방식을 채택한 기업들 역시 매출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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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은 구독경제 시장의 매력은 반복적인 매출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있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구독 상품에 가입하면서 구독료를 자동결제한다. 비교적 소액 결제이므로 서비스에 한번 가입하면 구독을 취소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추가로 다른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소요되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매출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 수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를 줄일 수 있고 생산 주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대신증권은 추가 공급에 따른 변동 비용이 적은 디지털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나 제품별 품질이나 소비자 경험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마케팅 비용이 높은 필수소비재, 고정비용 지출 부담이 크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 내구재 등이 구독 모델과 궁합이 좋다고 조언한다.

기업들 중에선 △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동원F&B△롯데칠성△이마트신세계GS리테일△아마존△SK네트웍스웅진코웨이△LG전자 △한샘두산밥캣현대차△캐터필러△웅진△솔트룩스 등을 주목할 기업으로 꼽았다.

대신증권은 "속도는 다르겠지만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전 산업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아이디(ID) 하나로 나만의 맞춤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받는 시대가 온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