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인권법 서명에 무역협상 차질 우려
"12월 관세 연기되면 외국인 귀환할 것"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 1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팔자'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심을 만들고 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기우라는 분석이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5% 하락한 2087.96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1일 이후 다시 2100선을 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에 서명하고, 중국은 이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외국인은 이날 4523억원의 매도 우위로 17일째 '팔자'였다. 지난 7일부터 약 3조90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17일 연속 순매도는 2010년 이후 네번째로 긴 기간이다. 최장은 2015년 하반기로 29거래일 연속 순매도였다. 당시는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및 위안화 평가절하 등이 문제였다. 규모만 놓고 보면 지금보다 더 나빴을 때도 있다. 외국인은 2010년 16거래일 동안 6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10,200 -0.49%)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 수급 약화의 원인이 미중 무역분쟁이라면 기대도 할 수 있다"며 "다음달 15일 예정된 추가 관세 품목은 정보기술(IT) 등 소비재 비중이 높은데, 이는 기존 관세 품목과 비교할 때 서로에 타격을 줄 만하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양국은 12월 관세를 연기할 가능성이 높고, 주식 시장은 관세 연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란 예상이다.

노 연구원은 "코스피를 포기한 듯한 외국인의 수급은 처음은 아니다"며 "외국인 수급은 순매도만큼을 되돌려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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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외교부장, 5년만 방한…한한령 해제 기대↑

이날 지수 급락에도 화장품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음달 4일 방한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후 첫 방문이다. 이번 방한으로 사드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불확실성이 있으나 한한령으로 피해를 봤던 음식료 화장품 미디어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 인권법 서명으로 미중 마찰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방으로서 한국의 존재감을 더 커졌다"며 "미국이 구축하는 한미일 공조에 틈새가 생기고 있는데, 중국은 이 틈새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올 하반기 동맹국인 미국, 일본과 마찰을 겪었다. 미국은 방위비의 대폭 증액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고, 일본과는 화이트리스트(무역우대국) 배제 이슈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통보하는 등 신뢰 관계에 상처를 입었다.

왕이 국무위원의 이번 방한에서는 중거리핵전력 조약(INF)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INF에서 탈퇴해 지상 중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유력 배치 장소로 여겨진다.

박 연구원은 "INF 탈퇴의 실질적인 이유는 중국"이라며 "한국과 일본에 배치할 경우 중국은 강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하는 대신 한국으로부터 안보적 약속을 얻어내는 맞교환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시에는 음식료 관련주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리온(99,900 -1.09%) 농심(275,500 -0.54%) 삼양식품(88,500 -1.01%) 등을 수혜주로 꼽았다. 화장품에서는 아모레퍼시픽(171,500 -2.00%), 의류에서는 휠라코리아(40,100 -1.11%), 미디어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78,000 -1.27%)제이콘텐트리(37,450 -1.06%) 등이 관심주로 제시됐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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