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증시의 '산타랠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말과 연초에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연말 몰리는 쇼핑 수요로 기업들의 매출도 증가해 주가에 긍정적인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산타랠리에 들어갈 것이란 신호들이 감지된다. 간밤 미국 증시는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양호한 경제지표 발표로 경기개선의 기대가 높아진 덕이다.

미국의 올 3분기 전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연율 환산 2.1%로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 1.9%보다 높아졌다. 이는 2분기 성장률 2.0%와 1.9%를 유지할 것으로 봤던 전문가 예상을 웃돈 것이다. 또 10월 개인 소비가 전월 대비 0.3% 증가해 4분기에도 완만한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 중앙은행도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소비지출, 자동차 판매, 관광업 등을 기반으로 경기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의장(사진)이 의회 청문회에서 한 경기 낙관론적 발언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 증시의 산타랠리에도 우호적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지출이 여전히 탄탄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은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 가능성을 높여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총선 여론 조사에서 보수당이 과반을 넘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의 움직임이다. 이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누구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의회'가 될 가능성을 제한하고, '질서있는 브렉시트'가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란 것이다.

서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미국 경기둔화 우려, 합의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노딜 브렉시트) 등 변수들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한국 증시에 우호적"이라며 "연말 쇼핑시즌 기대 등과 겹쳐 연말 상승 기대는 유효하다"고 했다.

◆ 연말 수급 불안은 산타랠리의 적

행복과 불행은 어깨동무하고 온다. 연말마다 산타랠리 기대감과 함께 오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대주주 요건 회피 매도세다.

현재 세법상 코스피 상장사의 지분 1%(코스닥 2%) 이상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1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연말을 기준으로 대주주가 되면 이후 주식 매도시 20~30%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때문에 대주주가 되지 않기 위해 보유주식을 줄이려는 '팔자'세가 연말에 집중되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내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이 더 낮아져 관련 매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4월부터는 보유주식 시총이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가 된다. 연내 보유주식 시총을 10억원 미만으로 낮춰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2017년 11~12월에도 대주주 과세범위 확대로 개인들의 매도물량이 평년에 비해 급증했다. 2018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이 시가총액 25억원(코스닥 2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민수의 스톡뷰] 연말 산타랠리의 적들 "나도 대주주라니…"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매년 말마다 개인들의 매도세가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들의 영향력이 큰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형주와 중형주를 중심으로 연말 개인들의 순매도세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들의 매도세가 12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닥 대형주와 중형주, 소형주지수는 평균적으로 각각 0.5% 0.8% 0.1% 상승했다. 반면 1월에는 대형주 2.8%, 중형주 2.2%, 소형주 3.7% 등 12월에 비해 상승세가 강했다는 설명이다.

한 연구원은 "대주주 요건 회피성 매도 물량을 연초에 채우기 위한 매수세가 1월 효과를 일부 설명하는 요인일 수 있다"며 "단기 매매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낙폭 과대종목 출현 시, 1월초 매도를 전제로 매수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