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社 60%, 공모가 밑돌며 '허우적'
올해 국내 증시에 특례상장한 기업의 58.8%가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바탕으로 상장되는 특례상장 기업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실적이나 결과를 내지 못하면 변동성도 일반 상장 기업에 비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상장 기업이 기업가치(공모가)를 높게 쳐주는 주관사(증권사)를 선호하는 까닭에 공모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책정되는 측면이 크지만, 일각에선 상장 주관사가 수수료율이 높은 특례상장사의 공모가를 높게 정하려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라파스 투자자, 풋백옵션 행사 가능성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한 해 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58개(27일 기준, 스팩 및 합병 기업 제외)다. 이 중 특례상장한 기업은 17개사(기술특례 11개, 성장성특례 3개, 사업모델특례 2개, 테슬라상장 1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공모가와 비교해 주가가 오른 곳은 6곳(40%)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특례 없이 상장한 일반기업(41개사) 중 절반이 넘는 23곳(53.8%)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오른 것과 대비된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사 11곳 중 8곳의 현재 주가(27일 기준)가 공모가보다 추락했다. 지난 5월 상장된 수젠텍(공모가 대비 49.3% 하락), 나노브릭(-39.1%) 마이크로디지탈(-37.6%) 압타바이오(-35.3%) 등 종목의 주가 낙폭이 컸다.

기술특례는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벤처기업 또는 혁신기업에 한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주가를 뒷받침해줄 사업 실적이 고려되지 않고 상장되기 때문에 일반 상장기업과 비교해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관사가 향후 성장성을 담보하는 성장성 특례로 상장한 기업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마이크로니들(의료용 패치) 전문 기업 라파스는 공모가(2만원) 대비 23.8% 떨어졌다. 주관사인 DB금융투자는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풋백옵션(환매청구권)’ 행사를 우려하고 있다. 상장 후 6개월 동안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주관사인 DB금융투자에 공모가 90% 가격으로 풋백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주관사, 수수료 높은 특례상장 선호”

특례상장 기업은 기업공개(IPO) 당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이후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서 부진의 늪에 빠지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전체 66개사 중 올 1~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낸 곳은 10개사에 불과했다. 특히 신약개발 바이오 종목들의 적자 폭이 크다. 지난 8월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3상 중단으로 바이오주 급락 사태를 일으킨 신라젠은 올 1~3분기 4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면역치료제 물질 ‘하이루킨(GX-I7)’ 등을 개발 중인 제넥신의 영업손실도 315억원에 달했다.

특례상장을 준비하는 주관사가 높은 공모가를 책정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다. 통상 주관사의 IPO 인수수수료율이 300bp(1bp=0.01%) 안팎 수준인데, 특례상장의 경우 수수료율이 낮아도 400~600bp까지 책정된다.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면 주관사는 일반 상장보다 상대적으로 더 이득을 볼 수 있다.

한 중견 증권사 IPO 담당자는 “주관사는 발행사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를 더 높게 쳐주는 주관사로 기우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동일 업종 내 비슷한 업체가 있어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쉬운 일반 상장과 달리 특례상장일수록 비교 대상이 없어 공모가 책정이 ‘들쑥날쑥’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사업모델 특례로 상장한 플리토는 국내에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이 없어 데이터 관리 솔루션업체인 호주 어펜 등의 주가수익비율(PER)을 참고해 공모가를 책정했다. 하지만 상장 4개월 만에 주가(28일 1만7700원)는 공모가(2만6000원)보다 30% 이상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례상장 기업은 실적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우상/김동현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