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族 덕분에…곳간 불리는 증권사들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가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급증한 영향이다. 증권사들도 국내 주식은 수수료 인하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해외주식 투자자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급증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은 125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수료 수익(116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2016년 436억원 수준이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3년 만인 올해 세 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의 해외 수수료 수익이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이 부문에서 3분기까지 371억원의 수익을 냈다. 삼성증권(297억원), 한국투자증권(122억원), KB증권(121억원), NH투자증권(9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도 각각 20% 이상 늘었다.

이는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27일까지 해외주식 결제 처리금액은 334억달러(약 39조38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결제금액(326억달러)을 웃돈다.

해외주식 매수의 80%가량은 미국 주식이다. 미국 주식 매수금액은 27일까지 총 149억달러(약 17조5700억원)로 2017년(약 70억달러) 전체보다 두 배 넘게 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에 몰리는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간 박스권에서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S&P500지수는 20% 이상 올랐지만 한국 코스피지수는 4%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해외 직구족 겨냥 각종 혜택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직구족’(직접 투자자)이 급증하자 고객 확보를 위해 각종 혜택 마련에 나섰다. 최소 수수료를 없애거나 환전 없이 해외주식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일 업계 최초로 외화(달러화) 예탁금에 대해 연 0.10~0.35%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3개월 평균 예탁잔액이 500달러 이상이면 연 0.35%, 500달러 미만이면 연 0.10%의 이자를 분기마다 지급한다.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대부분 증권사는 해외주식 거래수수료와 별개로 매매할 때마다 5~10달러 수준의 최소 수수료를 부과했다. 최근엔 이 최소 수수료를 대부분의 증권사가 폐지하는 추세다.

대신증권은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를 통해 비대면 해외 주식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미국 주식시장 거래 수수료를 평생 면제해주기로 했다. 키움증권도 미국 주식 첫 거래 고객에게 40달러의 거래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각종 세미나를 여는 등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도 업계에서 최초로 해외주식을 0.01~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살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 등은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리서치센터와도 제휴를 맺고 해외주식 관련 투자 리포트의 질적 향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 증권사의 해외투자전략팀 팀장은 “주로 20~30대 젊은 층 소액 투자자들의 해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정보 제공의 차별화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 거래 수익이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 해외주식 중개부문이 새 수익원으로 부상했다”며 “최근 이 부문에서도 경쟁이 격화되면서 레드오션이 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