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정몽규, 이동걸에 "아시아나 구주값 더 못 준다"
마켓인사이트 11월 27일 오후 4시 3분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그룹의 정몽규 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구주(31.05%) 인수 대금으로 3000억원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27일 금융권 및 HDC그룹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된 이후 이 회장을 만나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금호그룹이 HDC현산 컨소시엄이 제시한 2조5000억원 입찰가격 중 신주 유상증자 규모(2조2000억원)를 조금 낮추는 대신 금호산업 보유 구주 매각 대금(3000억원)을 더 높여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런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우발채무 규모 등을 감안하면 3000억원도 낮은 금액이 아니다”며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도 지금보다 더 높은 구주 가격을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정 회장은 또 “가급적 빨리 협상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이 회장에게 요청했다.

HDC현산 컨소시엄과 금호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한 달 후인 다음달 12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이 구주 가격을 문제 삼으며 “HDC현산 컨소시엄과의 거래가 이사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 26일 금호산업과 산은에 내용증명도 발송했다. HDC현산은 내용증명에서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지적한 뒤 계약일자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협상을 해 이른 시일 내 끝내자고 제안했다.

금호그룹이 HDC현산 컨소시엄에 구주 가격을 높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박삼구 전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의 차입금을 상환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은 내년 3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산은 대출 1300억원을 비롯해 37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금호그룹은 당초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매각대금이 최대 1조원에 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호그룹은 HDC현산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자 산은에 비공식적으로 2000억원가량의 신규 자금 대출 지원을 요청했다.

이상은/구민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