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의약품 시장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신약을 세계에서 직접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제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유통망' '복제약의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신약개발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범접하지 못했던 글로벌 직판의 고리까지 꿴다면 의약품이 제2의 반도체가 될 날도 머지 않았다.

◆ 셀트리온, 복제약 넘어 개량신약 허가

셀트리온은 26일 세계 최초 인플릭시맙 성분 피하주사(SC) 제제 램시마SC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 개발 능력도 입증했다.

개량신약이란 원조약(오리지널 의약품)의 효능이나 약효 지속시간, 제형 등을 개선시킨 의약품을 말한다. 램시마SC는 원조약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SC제형을 바뀐 것이다. 레미케이드는 정맥주사(IV) 제형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2시간 이상 투여해야 한다. 반면 SC제형은 환자가 직접 피부에 주사할 수 있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투여시간도 5~10분이면 가능하다.

램시마SC는 EMA 심사 과정부터 바이오베터 형식의 승인절차를 밟았다. 그리고 유럽 판매허가를 획득해 개량신약임을 인정받았다. 개량신약이기 때문에 원조약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램시마SC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해외 직접판매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판매망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들은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해외에 판매해 왔다. 그러나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직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램시마의 유통 수수료는 평균적으로 40% 수준인데, 직접 팔면 이를 15~2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통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미 주요 유럽 시장에 14개의 법인 및 지점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램시마SC를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내년 2월 독일을 시작으로 3월부터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 램시마SC를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내년 말까지 유럽 전역으로 제품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美 전역서 직판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전증(간질)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직판 계획을 밝혔다. 이미 미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의 마케팅디렉터를 고용했다는 것이다.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100% 자회사다. 최태원 회장은 제약바이오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엑스코프리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판매 허가까지 15년이 걸렸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뇌전증(간질) 환자의 부분발작 치료제로 엑스코프리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조 대표는 "내년 2분기 엑스코프리 출시를 위한 준비는 다 했다"며 "12개 권역마다 10명 정도의 영업인력을 내년 1월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직판에 나서는 것은 뇌전증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뇌전증 치료제는 적은 수의 전문의에 의해서만 처방이 가능해, 직판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약 1만4000명의 전문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다른 회사들도 유사한 질환에 대해 100~150명으로 미국 전역에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미국 공공보험인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등과의 논의도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했다. 판매를 위탁하면 매출의 절반 정도를 나눠야 하는데, 성공 가능성이 있는 직판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두 회사가 전해온 낭보에 국내 제약바이오주도 상승 중이다. 오후 1시27분 현재 코스피 의약품업종지수는 전날보다 0.68%,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1.31% 오르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