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수사업 독점' 깨진다
증권사가 인덱스펀드의 성과를 결정짓는 지수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이 사업을 사실상 도맡아 했던 한국거래소가 새로운 사업자의 진출을 막던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관련 세칙을 개정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 민간 사업자도 지수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연내에 증권사가 지수산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세칙을 개정키로 했다. 거래소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을 풀어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본지 11월 14일자 A3면 참조

앞서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가 인덱스(지수)를 직접 개발해 거래소에 상장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시행세칙을 개정하지 않아 민간사업자의 진입은 반년 넘게 막혀 있었다.

거래소 '지수사업 독점' 깨진다
현재 적용 중인 시행세칙에 따라 지수산출기관으로 인정받으려면 △지수사업을 2년 이상 영위 △5명 이상의 전문인력 유지 △20개 이상 지수 개발 및 운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거래소 측은 “투자 판단과 상품 운용의 근간이 되는 지수에 조작이나 오류가 발생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유지해온 제도였다”며 “하지만 지수산출기관을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지수조작이나 오류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 및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1년간 지수산출과 공표 과정에서 오류 횟수가 5회 이상이면 관련 지수를 활용한 상품의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수 오류를 발견했을 때 바로 신고하는 의무도 부여한다.

‘발행인 운용능력 평가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유동성 공급(LP), 상품 운용 경험, 내부 신고 등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 점수로 매겨 20점 이상일 때만 새로운 상품을 상장하도록 허가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입 문턱을 낮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평가제도 등을 도입한 것은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수에 오류가 생기면 관련 상품이 치명타를 입는 것이고, 이를 방지하는 것은 증권사의 당연한 의무”라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수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사업자 진입으로 ETF 상품 다양화도 기대되고 있다. ETF 상품 수는 올 들어 22일까지 36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88개 늘어난 데서 반토막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이 들어간 여러 지수가 나오고 이를 반영한 ETF, EMP(ETF자문 포트폴리오) 펀드 등 상품도 다양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