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주가가 부진한 실적에 노사갈등까지 겹쳐 10여 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의 회복 여부가 현대제철이 ‘역대급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 주가 수준…"현대제철, 역대급 저평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제철은 50원(0.16%) 오른 3만1100원에 마감했다. 소폭 상승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1년 내 최저가(3만750원)까지 추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현 주가(종가 기준)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매도세가 커진 게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달 들어서만 현대제철 주식을 각각 254억원, 19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큰손’들의 ‘팔자’엔 저조한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에 매출 5조470억원, 영업이익 340억원을 거뒀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66.6% 감소했다. 이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470억원이었다.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연초 대비 20%(3분기 기준) 넘게 올랐는데도 이를 자동차 강판이나 조선용 후판 등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게 타격을 줬다. 주요 판매처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판매 부진도 실적 악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철근 등을 생산하는 봉형강 부문은 건설경기 악화로 고전 중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 규제 영향으로 올해 아파트 신규분양은 30만 가구를 넘기기 어렵다”며 “내년 부동산 경기도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놓고 노동조합과의 줄다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12월 말에 종료되면서 임단협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올해 예상 실적 기준 현대제철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3배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도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5.7%)을 매각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