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 20일 오전 10시58분

내년 초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간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무역 환경까지 불확실해지면서 신용평가회사들이 앞다퉈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어서다.
[마켓인사이트] 신용등급 강등 경고받은 간판 기업들, 자금조달 '적신호'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9일 LG디스플레이의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현재 AA-다.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 판가가 떨어지고 주요 수익 기반인 LCD(액정표시장치) 부문의 수익 창출력이 약화된 점이 이번 등급 전망 조정의 배경이 됐다.

LG디스플레이는 보급률 증가로 TV 등 핵심 전방제품의 수요가 정체된 데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성숙기에 접어들어 매출 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올 9월 말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의존도(연결 기준)는 각각 161.4%, 28.6%로 나빠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8일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현대로템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철도와 플랜트 부문의 영업 실적이 살아나지 못하고 운전자금 부담이 계속 늘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게 한국신용평가의 설명이다.

지난달 말엔 한국기업평가가 KCC의 회사채 신용등급(A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 도료 부문의 전방산업이 침체한 가운데 건자재 부문 매출 감소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올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이 같은 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 전망 조정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거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한 기업이 26곳 정도다. 지난해 말(18곳) 대비 44.4% 증가했다.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회사채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린다. 투자 후 회사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값이 하락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국내 대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연쇄적으로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연말, 연초 차환 발행 등 자금 조달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는 큰 악재”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