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근접한 상태다."

15일 한국 증시는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사진)의 발언을 호재로 올랐다. 커들로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고 이 소식이 장 시작 전에 전해졌다. 커들로 위원장은 당초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정해진 합의사항이 없다는 발언을 해왔던 인사였다. 그의 달라진 '톤'은 주식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결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중 협상단은 지난달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1단계 합의에 대한 진전을 이룬 후 양국 정상 간 서명을 위한 세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중은 세계 최대 무역대국들로, 이들의 분쟁에 세계의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의 경제와 증시도 무역합의의 양상을 바라보며 등락을 반복 중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합의에 대한 낙관론이 부상했고,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와 코스피지수가 상승했다"며 "미중이 1단계 합의로 다가가는 모습이어서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외국인은 왜 선물을 샀을까?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장에서 5504계약을 순매수하며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크게 높였다. 이로 인해 금융투자 쪽의 대규모 프로그램 차익매수를 현물 시장에 유입시켰다.

프로그램 차익매수란 베이시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벌어졌을 때, 비싼 선물을 팔고 싼 현물을 기계적으로 사는 매매를 말한다. 프로그램 차익매수는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으로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대형주의 상승을 불러온다.

기관이 이날 금융투자 5779억원 등 7860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피는 1.07% 상승해 장을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578억원과 1370억원의 매도 우위였다.

무역합의 낙관론에 외국인이 선물 매수로 대응한 것은 현물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선물이란 정해진 시점(만기)에 현재 매수가격으로 현물을 살 수 있는 권리다. 현물(코스피200)이 만기에 이보다 더 상승한다면 이득을 보게 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펀드매니저들은 가장 큰 위험으로 주가 상승국면에서 소외되는 상황을 꼽고 있다"며 "외국인은 매수세로 가격을 끌어올릴 우려가 있는 현물보다 선물 매수로 대응 중"이라고 판단했다. 주가 상승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줄이려는 의도고, 선물 거래는 큰 가격변동을 불러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이어 "관건은 외국인 매수세가 현물로 확산할지 여부"라며 "외국인은 무역협상 잡음이 불자마자 코스피 현물 매수세를 중단했다"고 했다.

외국인의 이날 현물 순매도는 오는 27일 있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정기변경에 대한 경계심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달 26일 종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신흥국지수에서 중국 주식 비중이 33.9%로 높아지고, 한국 비중은 11.9%로 0.4%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의 규모 등을 감안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약 1조9000억원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손해보험주, 강세…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기대감

이날 증시에서는 손해보험주들이 상승했다.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이 3~5% 올랐다. 올 하반기를 정점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보험은 내년 2분기부터 완연한 손해율 개선 흐름이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두 차례 단행한 보험료율 인상은 올해 말부터 손해율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내년 한 차례 더 인상에 성공한다면, 손해율 개선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