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됐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 잣대를 들이대는 탓에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높이려면 규제 '채찍'보다 세제 혜택 '당근' 줘야"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일 연구원 주최로 열린 ‘지주회사 20년의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지주회사 전환 시 받게 되는 규제는 대부분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과잉 규제”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부채비율 200% 이하 △비계열사 5% 초과 출자 금지 △자회사 간 출자 금지 △금융 계열사 지분 소유 금지(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 소유 금지) 등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높다면 대부분 철폐가 가능하다”며 지분율이 낮은 자회사를 점진적으로 100% 자회사로 유도하기 위해선 ‘채찍’(규제)보다 ‘당근’(지원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수입배당금의 수익금 불산입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외 △현물출자 시 양도소득세 및 법인세 과세 이연 △과점주주에 대한 취득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자회사 지분율과 연계해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내 소유와 지배의 괴리가 커지는 것도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율을 40%(상장사 20%) 이상 보유하면 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06~2018년 지정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존재하는 70곳(금융지주회사 제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주회사로 전환된 27곳의 최대주주 지배권은 75%에서 80%로 5%포인트 늘었다. 이에 비해 최대주주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합은 9%에서 10%로 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소유권과 지배권의 괴리(80%-10%=70%)도 비전환 대기업집단(65%)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지주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에 가까운 완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지분율 하한선을 정해두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기존 순환출자 사슬을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을 최대한 낮춰주기 위한 정책적 취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소유와 지배의 괴리를 줄이려면 규제를 풀어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