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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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은 대개 ‘동시이행’으로 완성된다. 동시이행은 서로의 의무를 같은 때 이행하는 간단한 개념이다. 계약이 정해진 대로 지켜지고 완결된다면 쉽게 생각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계약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으면 동시이행 의무로 인해 복잡한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매수인이 계약상 정해진 잔금 지급일을 지키지 않는다면 매도인은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매수인이 잔금 지급 안했다고 손해배상?…매도인도 '소유권 이전 준비 완료' 입증해야
그러나 이 경우 매도인은 자신도 소유권 이전 의무가 있고, 이것이 잔금 지급과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매도인에게 지워진 동시이행 의무로 인해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온전히 계약이 해제될 수 없다.

매도인 자신은 의무를 지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서로 계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만 계약 위반이 성립된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한 후 언제든 소유권과 점유를 넘겨 줄 준비를 마쳤음을 통지하고, 매수인이 상당한 기간 잔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뜻을 표시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매도인이 자기의 의무를 ‘이행 제공’했음이 인정되고 부동산 매매계약을 온전히 해제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예로 상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임차인이 건물을 인도하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때 임대인은 당연히 월 차임을 계속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임차인의 명도 의무와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은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에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임차인이 해당 건물에서 영업을 계속한다면 월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을 중단했다면 임차인이 실제 얻는 이익이 없어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 임대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손해배상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불법 점유가 인정돼야 한다.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여전히 건물을 점유하는 것이라면 불법점유로 인정될 수 없다.

즉 임대인은 자신의 의무인 보증금 반환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비로소 월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임대인은 보증금을 공탁하거나, 보증금 반환을 위한 이행 준비를 모두 완료했고 언제든 보증금을 반환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행의 제공’을 마쳐야 한다.

이처럼 상대방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와 동시에 내가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라면 저절로 상대방의 계약 위반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동시이행해야 하는 본인의 의무를 이행하거나 적어도 이행 제공을 할 것이 요구된다. 이때 이행의 제공은 구체적인 계약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개별적 검토가 필요하다.

완전히 준비돼야 하고, 일부만 준비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된다. 상대방이 먼저 의무를 저버렸다고 하더라도 동시이행에 대한 항변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동시이행 관계에서는 더 보수적인 관점으로 법률 관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