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유럽 최대 석유업체 로열더치셸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사실상 수주했다. 이번 수주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올해 LNG선 수주 실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50척을 웃돌게 된다. 조선 빅3가 LNG선을 앞세워 올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작년보다 가파른 수주6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로열더치셸과 최대 8척의 LNG선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사양과 가격, 인도 기한 등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조선업계에선 수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OI는 본계약을 앞둔 수주 마지막 단계”라며 “세부 사항 조율만 끝내면 건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 빅3가 주로 짓는 17만4000㎥급 LNG선 신조선가(새로 제작하는 배 가격)는 척당 1억9000만달러(약 2200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한꺼번에 최대 15억2000만달러(약 1조7700억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올해 LNG선 24척(LOI 포함)을 수주하게 된다. 삼성중공업(18척·LOI 포함)과 대우조선해양(9척)까지 합치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조선 빅3의 LNG선 수주 건수는 51척에 달한다. 수주 속도도 지난해보다 빠르다. 작년엔 12월이 돼서야 50척을 돌파해 연간 66척의 LNG선을 수주했다.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시장에서 조선 빅3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 집계 결과 올해 3분기까지 건조 계약이 체결된 LNG선 35척 중 32척을 조선 빅3가 수주했다. 나머지 3척 가운데 1척도 러시아 조선소가 삼성중공업에 의뢰해 기술 협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이 부족한 러시아 업체가 삼성중공업에 전체 건조를 맡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카타르·모잠비크 발주가 관건LNG선 싹쓸이 수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조선 빅3가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반적으로 연초·연말에 수주가 증가하는 업계 특성상 하반기로 갈수록 목표 수주액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올해는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선박 발주량이 작년보다 줄어들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선박 발주량은 1539만CGT(표준 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2696만CGT)의 절반에 그쳤다.조선 빅3는 연말께로 예정된 카타르와 모잠비크의 대형 LNG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LNG선 60척 신규 발주에 한국을 우선 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상반기가 돼야 발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LNG선 운영선사 계약은 내년에 할 예정이지만 조선사 계약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모잠비크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 석유화학기업 엑슨모빌의 프로젝트는 연기됐지만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이 추진하는 ‘아나다코 LNG 프로젝트’는 최근 최대 16척의 LNG선 용선(배를 빌려 쓰는 것)을 위해 입찰 서류를 발송했다. 일반적으로 용선이 추진되면 선박 발주가 뒤따른다. LNG선 건조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국내 조선 빅3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김보형/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국내 조선 ‘빅 3’ 가운데 현대중공업만 미타결로 남게 됐다.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달 31일 임단협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5277명(투표율 94.2%) 가운데 3279명(62.1%)이 찬성해 가결됐다고 1일 발표했다.노사는 기본급 1.1%(2만4000원) 인상과 타결격려금 280만원 지급, 올해 정년퇴직자 388명 중 290명에 대해 필요 직무 대상 촉탁 채용 실시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또 경영평가와 연계한 성과보상금 지급 산정기준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임단협 타결 성명서에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 등을 이끌어냈다”면서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신규인력 충원에도 합의했다”고 말했다.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기본급 1%(1만9960원) 인상과 타결격려금 200만원 및 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에 합의하며 임단협을 타결했다.하지만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난항을 겪고 있다.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에 노사 간 이견이 큰 데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본급을 12만3526원 올리고, 성과급을 최소 250%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해를 넘겨 타결됐다.현대중공업 노조가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임단협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는 이달 말 제23대 노조위원장과 32대 대의원, 금속노조 임원 선거를 치른다. 선거를 통해 새 노조위원장이 선출되면 교섭권도 차기 집행부로 넘어간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한국 조선업계에 수조원대 부실을 안긴 ‘해양 플랜트’ 충격이 끝나지 않고 있다. 대표적 해양 플랜트인 드릴십(선박 형태의 원유·가스 시추 설비)을 주문했던 선주사들이 저유가 여파로 계약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어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드릴십은 10척, 금액으로는 52억8000만달러(약 6조23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7%가량인 30억4350만달러(약 3조5600억원)를 아직 받지 못한 잔금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드릴십 재매각도 실패한 대우조선27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은 지난 7일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를 통해 발주한 대우조선해양 드릴십 구매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노던드릴링은 “웨스트코발트가 미리 지급한 선수금(4920만달러)과 손해 배상금 등을 대우조선해양에 청구할 것”이라며 소송전까지 예고했다.이 드릴십은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미국 시추사 밴티지드릴링(밴티지)으로부터 6억6000만달러에 수주한 ‘코발트 익스플로러’다. 밴티지가 2015년 유가 급락 여파로 건조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취소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월 최초 계약액의 절반 수준인 3억5000만달러에 드릴십을 웨스트코발트로 넘기기로 합의했다.하지만 웨스트코발트가 돌연 매입을 거부하면서 재고 드릴십 처리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영국 엔스코(2척)와 노던드릴링(2척) 등 19억4000만달러 규모의 나머지 드릴십도 제대로 인도될지 미지수다. 저유가로 인해 다른 시추 업체들도 자금난을 겪고 있어 추가 계약 취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받지 못한 드릴십 잔금(5척)은 총 10억7350만달러로 추산된다.삼성은 못 받은 잔금만 2조원대삼성중공업도 지난달 24일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으로부터 건조 중인 드릴십 2척에 대한 계약 포기 의사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3년과 2014년 그리스 시추사 오션리그로부터 2척의 드릴십을 14억3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이후 트랜스오션이 오션리그를 인수하며 해당 계약은 자동 양도됐다. 트랜스오션이 최종 인도를 포기하면 삼성중공업은 이미 받은 선수금(5억2000만달러) 반환 여부와 건조 중인 드릴십의 보상 범위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취소로 올 3분기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충당금)이 3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삼성중공업은 앞서 미국 시추사 퍼시픽드릴링(PDC) 1척과 노르웨이 시추사 시드릴 2척에 대해 취소 통보를 받았다. 총 15억6000만달러 규모다. 이들 3척 드릴십에서 확보한 선수금은 계약액의 32%인 5억달러다. PDC는 “1억8000만달러의 선수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해 국제 중재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실제 삼성중공업이 손에 쥐는 선수금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이 받지 못한 드릴십 잔금(5척)은 총 19억7000만달러에 달한다.미국산 셰일오일 개발 붐을 타고 국제 유가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드릴십 취소 쇼크’가 한국 조선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를 마치고 인도가 지연된 드릴십은 유지 보수에만 연간 1000억원 넘게 들어간다”며 “유가 회복 전망이 없으면 재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