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던 사모펀드가 최근 3개월 동안 300개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과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등 악재에 영향을 받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 위축이 공모펀드 활성화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라임운용·DLF 사태 후폭풍…사모펀드 석 달 새 300개 감소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사모펀드(경영참여형·전문투자형 포함) 수는 총 1만1177개로 전달 말 대비 159개 감소했다. 2017년 말 8970개였던 사모펀드 수는 작년 말 1만105개로 처음 1만 개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7월 말 1만1479개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8월 말 1만1458개로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고, 9월 말 1만1336개, 10월 말 1만1177개 등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자산운용사별로 보면 1조50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운용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라임운용 사모펀드는 지난달 말 303개로 7월 말 대비 73개 줄었다. 라임운용 사모펀드 설정액 역시 같은 기간 5조8672억원에서 4조4797억원으로 1조3875억원 감소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의 성장세가 꺾인 원인으로 투자자 신뢰가 손상된 점을 꼽는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업계 1위였던 라임운용이 전환사채(CB) 편법 투자를 통해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펀드 만기가 돌아왔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제때 돈을 돌려주지 못하자 불신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이 해외금리 연계 DLF를 사모로 판매했다가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진 점 역시 불신을 가중시켰다.

일부 공모펀드도 사모펀드 위축에 된서리를 맞았다. 헤지펀드 업계 2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9월 23일 첫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타임폴리오위드타임펀드’를 내놓았다. 타임폴리오운용은 7월 사모운용사로는 처음으로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에 성공했다.

운용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운용사가 공모펀드 시장에 진출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타임폴리오위드타임펀드는 출시 첫날 450억원 등 9월 말까지 900여억원을 끌어모으며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타임폴리오운용 측은 “펀드 성과 관리를 위해 설정액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잠정 판매 중단(소프트클로징)을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라임운용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타임폴리오위드타임펀드 투자 열기도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이 펀드의 설정액은 1070억원에 그쳤다.

지난 한 달간 추가로 유입된 자금은 100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타임폴리오운용이 공모운용사로 전환한 뒤 처음 내놓은 재간접펀드라 기대가 컸지만 사모펀드 관련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은행 등 판매사에 고객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