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부터 미국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금융 규제에 따른 제재를 피하려는 JP모간이 대규모 자금을 빼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간은 미 중앙은행(Fed)에 맡긴 지급준비금 중 1300억달러를 인출해 대부분 장기 국채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JP모간의 채권 보유 규모는 작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또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서 운영하던 자금을 대폭 줄였다.

JP모간의 이 같은 행보는 레포 시장에서 유동성이 증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9월 중순 레포 금리는 연 2% 초반대에서 한때 연 10%까지 치솟았고, Fed가 개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계기가 됐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이 초과지준을 꺼내 국채를 사고, 레포 마켓에서 자금을 뺀 것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JP모간 등 미국의 8개 대형 은행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G-SIFI)로 지정돼 있다. 이들은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지는데, 그 범위는 통상 자기자본비율 1.0~2.5%에 달한다. 대출이 가장 많은 JP모간은 3.5~4.0%의 추가 적립 의무를 진다. 대출이 국채보다 위험하게 평가돼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런 추가 자본 적립을 피하기 위해 JP모간은 올 들어 대출을 400억달러나 줄였고, 대신 국채 보유액을 크게 늘렸다.

통상 이익을 내면 자본이 늘어난다. 하지만 JP모간은 올해 작년 순이익과 맞먹는 32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배당을 계획 중이어서 대출을 줄이고 국채를 늘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이 문제와 관련, “은행들은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유동성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