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 CEO
코스피 상장 의류 OEM 전문기업

나이키와 15년 협력관계 청산
수익성 높이기 위한 고육책
호전실업 박용철 회장 "글로벌社 신규 유치…나이키 공백 메워 印尼 신공장 효과, 내년 가시화될 것"

“미국 나이키와의 15년 협력 관계를 청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회사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대신 적극적인 신규 바이어 발굴을 통해 보그너(독일), 룰루레몬(캐나다), 카트만두(뉴질랜드) 등 글로벌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유치했습니다.”

박용철 호전실업(14,800 -2.63%) 회장(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핵심 고객인 나이키의 이탈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호전실업은 박 회장이 1985년 창업한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이다. 이사회 의장(지분율 19.9%)으로 조카인 박진호 사장(지분율 27.3%)과 각자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나이키 악몽’에서 벗어나는 호전실업

호전실업은 스포츠 선수 유니폼과 아웃도어 등 고기능성 의류를 주로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이키 언더아머 등 글로벌 의류 브랜드의 신뢰를 얻었다. 그러다 6900만달러 규모였던 나이키 납품이 지난해 뚝 끊기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호전실업 박용철 회장 "글로벌社 신규 유치…나이키 공백 메워 印尼 신공장 효과, 내년 가시화될 것"

작년 연매출은 3132억원으로 전년(3284억원)보다 4.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150억원)에 비해 28.6% 줄어든 107억원을 나타냈다. 증시에서도 맥을 못췄다. 올해 초엔 2017년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가장 낮은 8910원으로 떨어졌다. 공모가(2만5000원) 대비 60%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박 회장은 “나이키가 글로벌 톱 브랜드이긴 하지만 호전실업 입장에서 수익은 크게 나지 않았다”며 “작년에는 나이키 측에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납품 조건을 제시해 고심 끝에 관계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해지면서 관세 리스크(위험) 등에 민감한 글로벌 의류 브랜드들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이 가능한 OEM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며 “세계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인도네시아(5곳) 베트남(1곳) 등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호전실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호전실업이 올해 새로 확보한 납품처는 골프·스키복 프리미엄 브랜드인 보그너와 요가복으로 잘 알려진 룰루레몬, 뉴질랜드 아웃도어 브랜드인 카트만두 등이다. 박 회장은 “카트만두와 보그너는 올해 생산, 공급을 시작했고 룰루레몬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납품할 예정”이라며 “이를 포함해 나이키로 인한 매출 감소분의 3분의 2가량인 4000만달러 정도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1월 초 바닥을 찍은 주가도 올해 내내 꾸준한 회복세를 보였다. 4일 종가는 1만4600원으로, 올해 상승률은 57.83%다.

계절 따른 실적 변동성 완화

특히 카트만두는 호전실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계절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호전실업은 고어텍스 등 아웃도어 특수복 제작에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겨울옷 주문이 몰리는 4~9월에 매출이 집중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뉴질랜드는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다 보니 비수기에도 다량의 의류 생산이 이뤄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2017년 시작한 학생복 브랜드 ‘쎈텐(SSEN10)’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최근 학생복도 기존 정장 형태가 아니라 활동복이나 패딩 등으로 진화하는 추세”라며 “학교 배정이 끝나는 1~2월 주문을 받아 국내 하청공장에서 급하게 만드는 기존 교복회사와 달리 글로벌 브랜드와 똑같은 품질로 승부하는 전략으로 올해만 전국 98개 학교에 성공적으로 납품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가룻 지역에 건립한 신공장 가동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내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자카르타 공장보다 생산 원가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데다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숙련도가 점차 높아져 내년부터는 생산 효율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