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 부풀리기 논란 우려
감사시즌 앞두고 객관성 확보

"비합리적 관행 없애야 하지만
자금사정 어려운데 부담 가중"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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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권 평가 관련 일이 크게 몰리고 있습니다.”(A회계법인 파트너)

연말 감사 시즌 본격화를 앞두고 대형 회계법인 재무자문 부문에 영업권 가치평가 관련 일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관련 평가를 둘러싸고 분식회계 논란이 벌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의식한 기업들이 객관성을 인정받아 추후 가능한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상당수가 결산을 앞두고 영업권 정밀 평가 작업에 나섰다. 영업권은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과 비교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을 뜻한다. 기업을 인수할 때 대상 회사의 순자산 또는 시가총액에 덧붙여 지불하는 ‘경영권 프리미엄’과 비슷한 개념이다. 객관적으로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영업 노하우나 브랜드 인지도, 기술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다소 모호한 국제회계기준(K-IFRS)을 이용해 더 비싼 가치의 무형자산을 보유한 것처럼 꾸미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지켜본 기업 다수가 가치평가의 객관성 담보를 목적으로 자사 감사법인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 재무자문 부문에 검토 용역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비상장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일반기업 회계기준의 경우 영업권은 합병이나 영업양수 등 자산 취득이 이뤄지는 경우 가치 평가를 통해 반영하고, 임의적 내용연수를 정해 상각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모든 상장장사에 적용하고 있는 K-IFRS는 내용연수를 정해 무형자산을 상각할 필요 없이 손상징후가 발생한 때 손상차손으로 이를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자산의 실질가치를 중시하려는 목적이지만, 가치가 부풀려질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평가다.

영업권 평가 수요 증가의 혜택은 공신력이 높은 소위 ‘빅4’(삼일·삼정·안진·한영)의 재무자문 분야에 몰리고 있다. 회계법인의 재무자문 부문은 일반 감사 부문에 비해 인수합병(M&A), 전세권 취득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업권 평가에 특화돼 있다. 영업권 평가는 평균 1~2주 용역에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감사 결과의 예측 불가능성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만 37곳의 상장사가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거절’ 감사의견을 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는 등 감사 자체가 중대한 경영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일반 자산의 가치 평가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무형자산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기업 관계자는 “올해만 수십 곳이 감사 문제로 상폐 위기에 몰리는 것을 보며 기업들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생각으로 감사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며 “과거의 비합리적인 관행이 해소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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