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상장 계열사의 올해 영업이익 합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이후 최저치로 줄어들 전망이다. LG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 최근까지 2조원어치가 증발했다.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적자를 낸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연말에 저점을 통과해 내년에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우울했던 LG그룹株, 내년엔 웃는다
실적 부진에 올해 시총 2조원 증발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그룹 8개 상장 계열사(LG화학, LG생활건강, LG전자,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상사, LG하우시스)의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조4333억원이다. 3분기 실적 중에서는 1조2686억원을 기록한 2012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2017년 3분기(2조5186억원)에 비해서는 반 토막 가까이(-43.1%) 났고, 지난해 같은 기간(2조1822억원)과 비교해서도 7489억원(-34.3%) 줄었다.

올 4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개 계열사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합계는 636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877억원)보다 41.5% 감소한 수치다. 하반기 내내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들 계열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7조3120억원)에 비해 35.9% 줄어든 4조6851억원에 머물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실적이 부진한 2011년(3조2724억원) 이후 최악이다.

가장 큰 원인은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다.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401억원 흑자에서 올해 436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늘어난 네 개 계열사(LG생활건강, LG전자, LG이노텍, LG하우시스)의 이익 증가폭 합계 1399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LG디스플레이는 4분기에도 5955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영업적자 규모는 1조53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주력회사인 LG화학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컸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6024억원에서 올해 3803억원으로 2221억원(36.9%)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896억원에서 올해 2951억원으로 55억원(1.9%) 증가할 전망이지만 연간 이익 감소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다.

“내년 LGD 흑자 전환하며 반등”

실적 부진이 주가에 반영돼 이들 8개 계열사의 시총은 연초 69조1986억원에서 지난 1일(종가 기준) 66조9800억원으로 2조2187억원(3.2%) 줄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LG그룹에서 생활가전, 생활용품, 통신 등의 이익 증가폭보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화학부문의 이익 감소폭이 더 커지면서 그룹 전반의 이익 창출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양호한 실적을 낸 LG전자에 대해서도 “자회사의 실적 저하와 재무 부담 확대로 지원 부담이 가시화되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계기는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020년 LG디스플레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43억원이다. 2011~2018년 3분기 평균 영업이익 2833억원에 한참 못 미치지만 적자를 탈피해 추가 상승의 발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조사기관 IHS 등은 LCD TV 패널 가격 하락세가 올 4분기부터 진정되고 내년에는 공급 부족 상황이 돼 가격이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LG디스플레이의 OLED TV 부문이 원가 절감, 고정비 부담 완화를 통해 실적 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양호하다. LG화학은 올해에 비해 7257억원(59.8%) 늘어난 1조93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10.4%), LG전자(12.8%) 등의 영업이익 상승 전망도 긍정적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20년에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모멘텀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