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14.2兆로 54% 감소…IFRS 도입 이후 최악

-18%→-46%→-49%→-54%
4분기 연속 영업이익 급감
국내 주요 상장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악화된 올 1분기와 2분기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내 주요 상장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악화된 올 1분기와 2분기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내 주요 상장회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악화됐던 올 1분기와 2분기보다 감소폭이 더 크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 도입된 2012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꺼진 여파 계속

반도체 불황에 내수 부진 겹쳐…30대 상장사, 3분기 영업益 '반토막'

30일 한국경제신문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분기 매출 1조원 이상 30대 기업(금융·지주회사 제외)의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총 14조2779억원으로 작년 3분기(31조1433억원)보다 54.2% 줄었다. 올해 1분기(-46.9%)와 2분기(-49.7%)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삼성전자(53,400 -0.56%)SK하이닉스(85,400 +0.23%) 등 반도체기업의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급감한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철강, 정유, 화학, 건설, 전자 등 대부분 업종이 부진했다. 30대 기업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6.1%로 지난해 3분기(13.1%)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는 2014년 3분기(5.2%) 후 최저다.

영업이익 감소는 네 분기째다. 유가 급락으로 정유·건설·조선이 침체에 빠지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가 경쟁 심화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던 2014년 2분기~2015년 1분기 이후 최장이다.

30대 기업 영업이익은 2016년까지 분기 10조원대를 맴돌다 2017년 1분기 처음으로 20조원을 찍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31조1433억원으로 처음 30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그게 정점이었다. 지난해 4분기(-18.9%)와 올해 1분기(-46.9%), 2분기(-49.7%)에 이어 네 분기 연속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꺼진 여파가 이어졌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6조4724억원에서 4726억원으로 92.7% 줄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3분기가 반도체 업황 정점이었기 때문에 3분기 감소폭이 1분기, 2분기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도체 빼도 상장사 실적 부진

반도체를 뺀 나머지 기업도 실적이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한 28개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조10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줄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를 뺀 나머지 상장사 영업이익은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며 “이번 3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해 국내 증시에서 버팀목이 돼주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30대 기업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차(43,650 +0.11%), 현대모비스(258,000 +0.19%), 현대위아(54,900 -0.72%), 만도(36,800 -1.87%) 등 자동차 업체 영업이익이 올 3분기 1조3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9%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워낙 나빴던 탓에 조금만 영업이익이 늘어도 크게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19,250 -1.03%), SK네트웍스(5,890 +1.03%) 등 종합상사들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4.9%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66.0%)를 비롯해 철강·금속(-29.8%), 정유·화학(-26.8%), 건설(-23.4%), 전자(-13.8%) 등 대부분 업종은 부진이 계속됐다. 국내외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3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중국과 독일, 미국 경기가 둔화돼 빠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반도체 의존도

일각에선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부터 상장사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재고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반도체 업황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도 올해 2분기(14조478억원)에 비해선 1.6% 증가했다.

다만 실적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반도체 독주가 재현되는 것일 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반도체를 뺀 28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6조8131억원)보다 10.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실적이 개선된 자동차도 전 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44.3% 급감했다. 건설도 같은 기간 40.3% 줄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모두 내년에 상장사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사실 반도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갈수록 반도체 의존도가 커져 국내 산업과 증시에 대한 전망은 더 어두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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