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41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시장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 나왔다.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발행한 상환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이어서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을 갚는 데 불과해 주식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은 6240원으로 보합 마감했다. 장 초반 6370원(2.08%)까지 올랐으나 오후 들어 상승폭을 반납해 결국 전날과 같은 가격에 마쳤다. 주가상승을 기대했던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개장 전 두산중공업은 4158억원어치 상환전환우선주(RCPS) 1290만4210주를 장외에서 취득해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상장주식 수의 약 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자본금은 그대로인 채 유통주식 수만 감소해 투자자 보유 주식의 주당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산중공업은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대상이 RCPS였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12월 6일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37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RCPS를 발행했다. 발행사에 상환권이 부여된 RCPS는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당시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펀드(PEF) KDB트리니티DHIC 등 PEF 여덟 곳이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RCPS를 인수했다. 두산중공업은 납입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뒤 발행가액에 연 5.4%를 가산한 금액에서 이미 지급한 배당금을 제하고 상환할 권리를 가졌다. 두산중공업은 상환권을 행사해 오는 12월 6일 RCPS 전량을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 측은 “자사주 소각은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해 자본금 감소는 없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올초부터 RCPS 상환에 대비해 대규모 증자 등을 통한 자금확보에 주력했다. 지난 5월에 4718억여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데 이어 두산그룹 계열 부동산 임대업체인 디비씨 주식을 467억원에 매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