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재매각이란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위기에서 벗어나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넷마블이 써낸 1조8300억원의 매각 대금으로 웅진씽크빅 등이 보유한 채무를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이 제시한 금액은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사들인 액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웅진그룹은 올 3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던 웅진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32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동원해 장내에서 2.88%를 추가 매집했다.웅진씽크빅은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 안팎이었던 순차입금이 지난 6월 말 기준 1조6752억원으로 치솟았다. 웅진코웨이 인수를 위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쓰고, 5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한 게 부담이 됐다.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1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와 이자비용 약 500억원을 즉시 상환할 수 있다. 채무를 상환하고 남은 1800억원은 회사로 유입된다.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등 다른 계열사 매각도 시간 여유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다. 웅진그룹은 채무 부담을 덜기 위해 두 회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둘러 매각 절차를 진행하다보니 웅진북센 매각 본입찰은 LS그룹 방계 물류업체인 태은물류 한 곳만 단독 응찰해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지주회사 웅진 역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웅진은 웅진코웨이 인수 당시 웅진씽크빅 유상증자 참여 등을 위해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 사채였다. 지난 8월 웅진씽크빅, 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1350억원을 조달해 1100억원가량의 회사채와 이자를 갚았지만 여전히 600억원가량의 차입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K캐피탈로부터 대출받은 자금 역시 1년 만기로, 내년 8월에는 갚아야 한다.웅진코웨이 매각으로 웅진씽크빅이 3000억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쥐게 되면 웅진도 배당 등을 통해 유동성 부담을 줄일 수 있다.시장에선 웅진 계열 주요 기업들의 가치가 재무 부담 완화와 더불어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
웅진코웨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본입찰에 게임 업체인 넷마블 등이 참여하면서 인수전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11일 오전 9시 15분 유가증권시장에서 웅진코웨이는 전날보다 4000원(4.79%) 상승한 8만5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웅진과 웅진씽크빅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전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매각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 지분 25.08%에 대한 매각 본입찰을 마감했다. 본입찰에는 넷마블이 참여하면서 외국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SK네트웍스, 외국계 PEF 칼라일,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 국내 PEF 린드먼코리아 컨소시엄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웅진코웨이의 인수가격을 최대 2조원 안팎으로 관측하고 있다.웅진그룹은 올해 초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를 되사와지만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인수 3개월 만에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대상은 웅진그룹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다.한국투자증권은 다음 주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 기업 중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이 다음달 말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웅진그룹이 예비실사 기간을 늘려달라는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매각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다음달 18일에서 1주일가량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추석 연휴로 실사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인수후보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웅진그룹은 지난 5일 SK네트웍스, 중국 하이얼-린드먼아시아 컨소시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 베인캐피털 등 4곳을 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이들은 웅진코웨이에 대해 예비실사를 하고 있다.웅진그룹이 최근 웅진씽크빅 지분을 담보로 1350억원을 조달한 것도 매각 일정에 다소 여유를 갖게 된 배경이다. 웅진그룹의 지주사 (주)웅진은 지난 13~15일 만기 도래한 회사채 1100억원을 포함해 총 1700억원의 차입금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해 급한 불을 끄면서 한숨 돌렸다.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는 시장의 우려도 가라앉혔다.웅진그룹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웅진씽크빅 지분을 담보로 잡고 있던 한국투자증권이 일부 담보권을 풀어준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씽크빅의 담보 지분 중 일부를 풀어주는 대신 웅진플레이도시에 질권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IB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부족한 웅진은 코웨이를 조속히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란 인식이 시장에 있었다”며 “일정 연기 결정이 이뤄질 경우 속도보다는 가격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웅진그룹은 지난 3월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3개월 만에 매물로 내놨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조달한 단기 부채가 그룹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과 진행 중인 북센 매각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내년까지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된다.이동훈/정영효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