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개월여 만에 달러당 1170원대로 내려앉았다. 달러 강세가 누그러진 데 따른 것으로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그러진 强달러, 外人 부르나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원50전 내린 달러당 1172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7월 24일(1177원90전)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170원대를 밟았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1206원을 찍은 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작아지고,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달러지수는 지난 18일 97.20으로 지난달 30일의 연중 고점(99.39)에서 2.2% 하락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하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 초안에 합의하면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미국 경기 지표 악화도 불안감보다는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다. 이달 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90%에 육박한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 조선업체들이 이달에만 6조원가량의 선박을 해외에서 수주한 것도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앞으로 더 하락(원화는 강세)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11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권은 “강달러는 그동안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