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가 대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이후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블록딜로 지분을 넘겨받은 투자자가 장기 성향인 데다 더캐피탈그룹의 ‘대기 물량 부담(오버행)’을 일부 해소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본지 10월 19일자 A13면 참조

SK하이닉스, 대규모 블록딜에도 '꿋꿋'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직전 종가 대비 100원(0.13%) 오른 7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미국 자산운용사 더캐피탈그룹은 18일 장 마감 후 보유하고 있던 SK하이닉스 주식 1.1%(62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거래 창구는 CLSA증권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까지 더캐피탈그룹은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텔레콤(20.07%)과 2대 주주 국민연금(9.05%)에 이어 3대 주주(6.51%)였다. 작년 9월 운용 중인 여러 펀드를 통해 5% 이상을 매입해 처음으로 보유 사실을 공시한 이후 지난 3월 7.85%까지 지분 비중을 늘렸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6만원대까지 떨어지자 더캐피탈그룹이 비중을 축소하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퍼졌다.

블록딜 이후에는 할인율만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기 투자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블록딜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물량이 다음날 장 열리자마자 곧장 쏟아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개장 초반부터 전혀 빠지지 않았던 것은 이번 블록딜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입찰을 받지 않고 특정 매수자에게 더캐피탈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일괄로 넘기는 방식의 ‘클럽딜’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클럽딜의 경우 새로 사들인 쪽에서 단기 차익 확보를 목적으로 시장에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물량 부담이 해소됐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에서는 똑같이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상승세를 보였는데 SK하이닉스 주식은 하락했던 원인 중 하나로 더캐피탈그룹의 대기 물량 부담을 꼽아 왔다. 매매가 완료된 지금 오히려 오버행이 부분적으로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만약 더캐피탈그룹이 남아 있는 5%가량의 지분도 모두 시장에서 매각하겠다고 했다면 산 쪽에서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거래를 받아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거래가 성사됐다는 것 자체가 더캐피탈그룹의 주식 대량 매도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