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21일 오후 2시31분

롯데와 SK 등 대기업그룹 계열 렌터카 업체들의 재무 체력이 동반 악화하고 있다. 고성장하는 렌터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외형 확대 전략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현대캐피탈 등이 가세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年평균 18% 고성장' 렌터카 시장에 무슨 일이?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렌터카업계 1위 롯데렌탈과 2위 SK그룹 계열의 AJ렌터카는 최근 4년여간 차입금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롯데렌탈의 차입금은 지난 6월 말 현재 3조9113억원으로 2014년 말 1조9098억원에서 두 배로 늘었다. AJ렌터카는 같은 기간 3731억원에서 9045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용 차량을 늘려 렌터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확장 경영이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6일 빚 부담 증가를 이유로 롯데렌탈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6월 말 현재 23.4%인 점유율을 뒷받침하느라 상반기 순이익률이 1.0%까지 떨어진 것을 전망 하향의 배경으로 꼽았다.

AJ렌터카는 지난해 SK그룹으로 편입돼 신인도가 좋아졌지만 자체 재무부담 완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평가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장 지위 제고는 긍정적이지만 차량 투자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빚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사내 렌터카사업을 연내 AJ렌터카에 넘길 예정이다. 두 회사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21.5% 수준이다. AJ렌터카의 올 상반기 순이익률은 2.2%에 그쳤다.

렌터카 업계의 출혈 경쟁은 작년부터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정보서비스 KIS라인에 따르면 자동차임대업 합산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작년 -5.23%로 2017년 1.26%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2014년 12.7%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하는 추세다. 대여료 인하 경쟁으로 렌터카 시장에 ‘치킨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렌터카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20%에 달한다. 이 시장을 선점하면 미래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가 렌터카 업체들의 출혈경쟁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 렌터카산업은 소비자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18년까지 5년간 연평균 18.1% 성장했다. ‘소유에서 사용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개인 렌털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렌터카 인가 대수는 91만3000대로, 작년 말 85만3000대에서 7.0% 늘어났다.

현대캐피탈도 장기 렌터카와 비슷한 ‘오토리스’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6년 8.2%에서 올 6월 말 10.2%로 확대됐다.

오는 25일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AJ렌터카는 증권신고서에서 사업 위험 요인으로 시장이 다자 간 경쟁 구도로 변하면서 계약단가뿐 아니라 프로모션과 고객서비스 등 비가격적인 요소까지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