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바이오주 '錢의 전쟁'

에이치엘비 보름새 3배 폭등에
일부 공매도 투자자 쇼트커버링
에이치엘비(102,300 ↑29.99%)(HLB) 신라젠(12,100 0.00%) 헬릭스미스(60,000 +1.35%) 등 코스닥시장 바이오주를 둘러싼 ‘쩐의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바이오주가 급등하면서 공매도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지만 공매도 물량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바이오주 ‘사자’와 ‘팔자’가 치열한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HLB 폭등에 공매도 헤지펀드 '곡소리'…개미에 백기투항?

공매도 손실 눈덩이

에이치엘비는 16일 코스닥시장에서 5500원(4.49%) 오른 12만79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였던 작년 9월(12만500원)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말 자체 분석 결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뒤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2일엔 리보세라닙이 유럽종양학회(ESMO) 베스트 논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에 불이 붙었다. 에이치엘비는 보름 만에 2.7배 뛰었다. 한국거래소는 에이치엘비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내지만 반대로 오르면 손해를 본다.

에이치엘비는 코스닥 종목 가운데 공매도 물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잔액은 5719억원으로 시가총액의 13.19%에 달한다. 지난달 25일 이후 두 배 넘게 늘었다.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대량 보유자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메릴린치 등 대부분 외국계 투자은행(IB)으로 나타났다. 에이치엘비가 급등해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일부 외국인은 백기를 들고 쇼트커버링에 나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에이치엘비를 872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대부분 쇼트커버링 물량으로 추정된다. 롱쇼트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도 손실을 입었다. 에이치엘비 공매도에 나섰던 B자산운용은 펀드 수익률이 이번 달에만 8.59% 떨어졌다.

단타, 공매도, 쇼트커버링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1일 에이치엘비의 하루 거래량은 747만 주에 달해 삼성전자(58,700 -0.51%)(626만 주)를 뛰어넘었다. 에이치엘비 주가의 변곡점은 다음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이치엘비 측은 오는 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미팅을 한다.

골드만삭스 “헬릭스미스 팔아라”

이날 바이오주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에이치엘비와 함께 코스닥시장을 달구고 있는 또 다른 바이오주 헬릭스미스는 1만5800원(14.96%) 급락한 8만98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거래소는 변동성 완화장치(VI)를 발동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가 발단이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낸 보고서에서 헬릭스미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바꿨다. 목표주가는 전날 주가 10만5600원의 절반 수준인 6만6000원까지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헬릭스미스가 임상 진행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임상 성공 가능성을 60%에서 2상 수준인 22%로 낮춘다고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바이오주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모건스탠리가 셀트리온(308,500 +2.15%)의 목표주가를 당시 주가의 절반 수준인 8만원으로 제시해 증권가에 충격을 줬다.

작년 8월에도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에 한미약품(313,500 -2.49%) 셀트리온 등이 급락했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계 증권사의 잇단 매도 보고서에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가운데 주가가 급등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 보고서를 낸 게 아니냐”는 게 ‘개미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최만수/김동현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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