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애경그룹이 예비입찰에 별도로 참여했던 토종 사모펀드(PEF)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기로 했다. 내달 초로 예상되는 본입찰을 앞두고 두 후보가 연합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등 두 컨소시엄 간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또 다른 인수 후보인 KCGI(일명 강성부 펀드)는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 스톤브릿지와 손잡는다…아시아나 인수전 '1兆 실탄' 장착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재무적 투자자(FI) 10여 곳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꾸리기로 잠정 결정하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FI와 인수금융을 모두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애경그룹이 즉각 조달 가능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비해 자금력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굴리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으면서 자금력을 대폭 확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애경그룹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새 인수자가 금호산업으로부터 매입하게 될 기존 주식(지분율 31%)과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합해 50% 안팎의 지분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주요 지분을, FI가 추후 시장에서 매각 가능할 정도의 소수지분을 갖는 구도라면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0~15%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공동 영업 및 마케팅, 중복노선 조정 등으로 원가를 줄여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항공업을 해보지 않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인력 및 장비, 영업비용, 해외지점 등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경쟁 우위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일부터 애경그룹을 비롯한 인수 후보의 자문사들에 임차 및 금융리스계약서를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민감한 내용이 많은 항공기 구매와 엔진 정비 등에 관한 계약서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애경그룹의 법률자문사인 광장,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태평양, KCGI의 율촌 등 로펌들은 일제히 아시아나항공 계약서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실사 과정에서 인수 후보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자료 제공을 거부해 ‘깜깜이 입찰’을 할 판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와 관련된 업체에 영업비밀을 함부로 제공할 수 없다며 맞서왔으나 인수 후보들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자 한 발짝 물러섰다.

이상은/김채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