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위안화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진 이후 위안화 환율 추이와 외국인 투자금 유출입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위안화가 절상한 달에는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절하한 달에는 7조4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이 무역분쟁 완화와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져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며 “위안화 추이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극명히 나타내준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환율이 지난 8월 초 달러당 7위안을 돌파(절하)한 이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지난달에만 740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달 11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부분 합의 이후 위안화 절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매수 기대는 다시 커지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오전 달러당 위안화 고시 환율을 소폭 절상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상승 전환했다”며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77포인트(0.04%) 오른 2068.17로 마감했다.

무역분쟁 완화로 위안화 강세가 나타날 경우 경기 민감 업종 위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화학, 철강 등 경기 민감 업종에서 위안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4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위안화 가치는 무역 협상 재개에 따라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