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수출하라
(7·끝) - 자본시장 대표주자 유상호-최현만 특별대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작년 해외서 유입된 이자·배당수지 43억弗
경상수지의 6% 불과…日은 1899억弗 달해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저성장 헤쳐 나갈 해법은 자본 수출뿐
해외투자로 국부 늘려야 경제도 지속성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 15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자본수출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 15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자본수출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제조업이 위기다. 기술력에서 경쟁국에 밀리고 노동생산성, 자본효율성에서 뒤처지고 있다. 제조업 위기는 곧 한국 경제 위기다. 수출 제조업만으로 성장하는 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저성장도 결국 제조업 위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어디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 국내 자본시장 대표주자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했다. 정종태 한국경제신문 증권부장이 진행을 맡았다. 유 부회장과 최 수석부회장은 제조업 위기를 넘어설 대안은 ‘자본수출’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 축적된 자본을 성장성이 높은 해외 자산에 적극 투자해 새로운 부(富)를 창출하는 것만이 저성장 위기를 헤쳐나갈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수출이 왜 중요한가.

▷유상호 부회장=지난해 한국이 해외금융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투자소득수지는 43억달러로 경상수지의 6%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해외투자로 유입된 배당·이자소득수지가 1899억달러로 경상수지 전체 흑자보다도 많았다. 저성장 국면에서 해외투자를 통해 부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30년 뒤 자식세대는 손가락만 빨게 된다. 자본수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제조업 위주의 고도 성장은 고비용 구조로 인해 한계에 부딪혔다. 저성장 시대 해법은 자본수출밖에 없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데 한국은 누울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반면 해외에는 여전히 고성장하는 국가들이 있고, 잘나가는 글로벌 핵심 기업들이 있다. 그동안 축적한 자본을 이런 우량 자산에 투자해 국부가 계속 증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 자본수출은 더 이상 공허한 명제가 아니다.

▷일부에선 자본의 해외 이탈이 국내 제조업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약력 △1960년생 △고려대사대부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MBA △1985년 한일은행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2007~2018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9년~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약력 △1960년생 △고려대사대부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MBA △1985년 한일은행 입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영업총괄 부사장 △2007~2018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019년~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최 수석부회장=오히려 반대다. 한국 기업 역시 국내에만 안주해선 생존하기 어렵다. 기업이 해외로 나갈 때 자본이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예컨대 기업들도 해외에서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하는데, 금융투자회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거나 현지 진출 과정에서 종합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

▷유 부회장=1000억달러씩 되는 경상수지 흑자를 국내에 두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환율 문제만 키운다. 경제가 고성장하지 못하면 갖고 있는 돈이라도 잘 불려야 한다. 제조업체도 국내에 충분히 투자 매력이 있으면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간다. 돈이라는 건 수익이 나는 곳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막는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진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최 수석부회장=현지 자금조달이 가장 큰 문제다. 한국 본사의 신용공여 없이는 자금조달이 어렵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해외 자회사에 대해 대출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때문이다. 현지 로컬 회사들은 물론 글로벌 금융회사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다. 늦었지만 정부가 이런 규제를 풀겠다고 해서 다행이다.

▷유 부회장=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금리가 높기 때문에 현지법인에 필요한 자금을 국내에서 보내는 게 필요하다. 현지에서 금융사업을 하려면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하는데 해외 자회사들이 자본금만 갖고 사업을 하는 건 손발이 묶여 있는 꼴이다. 과거 재벌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등을 우려해 제정한 법이라는데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하루빨리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됐으면 한다.

▷해외투자 시 세제상 어려움은 없는가.

▷유 부회장=해외주식형펀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2000만원 이상 소득은 46.2%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에서 벌고 국내 주식에서 더 많이 잃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국내외 모든 금융상품의 손익을 합치고 앞뒤로 몇 년씩 통산해준다면 해외펀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세수 줄어드는 것보다 국민 자산 늘리는 게 우선 아닌가.

▷최 수석부회장=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간의 통산이 가능한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만큼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비하면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해외 수익 비중은 아직 낮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약력 △1961년생 △광주고,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9년 한신증권 입사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1999~2011년 미래에셋증권 사장 △2007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2016년~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약력 △1961년생 △광주고,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9년 한신증권 입사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1999~2011년 미래에셋증권 사장 △2007년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2016년~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유 부회장=기존에 해외 진출한 국내 증권사의 역할은 한국 주식 판매였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 지역 대체투자 상품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신흥시장의 신사업 추진이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IB 사업을 하려면 5년 이상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현지 전문 인력을 키우고 현지화에 성공해야 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10년 전부터 해오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고 있는 단계다.

▷최 수석부회장=현지에 있는 로컬 투자업체나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글로벌 IB와 경쟁해야 하는 일이어서 어려움이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선진국에서는 IB 업무 또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차별화가 가능한 분야로 진출하고, 개발도상국에선 그 국가와 함께 클 수 있는 종합증권사 설립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너도나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 부회장=아직까지 해외투자자산에서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비중은 낮다. 투자 중인 대상도 선진국 내 좋은 위치에 있는 양질의 물건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위기가 오더라도 훗날 제값을 찾아가는 물건들이다. 가령 연 6% 배당이 나오는 해외부동산이 있다면 5년 만기 후에 30% 정도 수익을 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그런 물건은 30%씩 안 떨어진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최 수석부회장=해외 우량 인프라(SOC)나 상업용 오피스 건물에 대한 대체투자를 국내 부동산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 가계부채의 원인인 국내 부동산과 같이 위험성을 판단해서도 안 된다. 낮아진 국채 금리 수준과 저성장 국면을 고려할 때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홍콩시장이 불안하다. 아시아 금융허브를 노려온 한국으로선 기회 아닌가.

▷유 부회장=국제금융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홍콩이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중심지 역할을 한 것은 자유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홍콩의 지위를 넘겨받으려면 먼저 정부 규제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하는 정부 규제 평가 순위를 보면 싱가포르와 홍콩이 1, 2위지만 한국은 87위다. 금융당국의 시스템 개선 고민도 필요하다.

▷최 수석부회장=현실적으론 싱가포르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다. 하지만 홍콩의 역할을 싱가포르가 모두 소화할 순 없다. 차근차근 준비할 때란 얘기다. 규제 당국이 부분적으로라도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남북한 관계로 인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

▷상대방 회사에서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

▷유 부회장=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부럽다. 해외는 다 나가는데 미래에셋대우처럼 적극적인 투자를 하긴 어렵다. 과감한 결정 후 성과가 따랐고 그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세가 됐다. 지난해 증권회사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1400억원가량인데 이 중 미래에셋이 845억원을 차지한 것도 상징적이다.

▷최 수석부회장=한국투자증권은 금융계에 변화의 시기가 올 때마다 그 변화를 먼저 읽고 움직였다. 실물 제조 분야와 IB 분야를 균형있게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위험관리를 잘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벤처기업 발행어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도 배울 점이다.

▷가장 유망한 해외 자산을 추천한다면.

▷최 수석부회장=주식과 채권 모두 가격 부담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식이 가격 부담이 덜하다. 미국 국채 금리는 현재 연 1.5%대 수준으로 내려가 있어 가격부담이 다소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주식은 글로벌 금리 인하 효과와 미·중 무역갈등 완화 이후 기업들의 투자 수요 회복 등으로 점차 가격 상승 기회가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 중에서도 특히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가 상대적으로 유망해보인다. 또 해외 부동산, 리츠,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대체투자도 유망한 투자자산군에 속한다.

▷유 부회장=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가 확대되고 있어 지속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채권형 펀드, 배당과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글로벌부동산·리츠펀드 등 대체투자에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조진형/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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