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판 성장 업종으로 꼽히는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게임 업종에서 ‘대장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바이오주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회계 논란에 따른 주가 급락과 거래 정지로 한동안 셀트리온에 왕좌를 내줬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거래 재개 후 사흘간 20% 이상 급등하며 바이오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전통의 엔터테인먼트 대장주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신흥 강자 JYP엔터테인먼트와 겨루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1등 노려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5500원(3.93%) 오른 41만원에 마감했다. 지난 11일 거래가 재개된 이후 22.57% 급등했다. 공교롭게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가 재개된 날 셀트리온은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금융감독원 감리 소식에 급락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같은 기간 11.04% 떨어졌다.두 종목의 시가총액 격차는 단숨에 좁혀졌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27조2867억원과 27조1277억원이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는 셀트리온이 8조5419억원 앞섰지만 사흘 만에 1590억원 차이로 좁혀졌다. 다만 이날 경찰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주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대장주 쟁탈전은 2년째 계속되고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 바이오 시총 1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말 셀트리온에 역전당했다가 지난 4월 왕좌를 되찾았다. 이후 셀트리온이 1위에 재등극했지만 다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장주를 내줄 상황에 처했다.두 종목 투자자들이 대장주 경쟁에 신경쓰는 이유는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에 따라 한 업종의 투자 비중을 정해놓는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주가 전망이 더 좋은 종목 비중을 늘리고 다른 종목은 줄인다. 한 공모펀드 매니저는 “두 종목은 일종의 대체재 관계에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재개 이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셀트리온을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시가총액 경쟁에서 뒤지면 롱쇼트펀드에서 유입되는 자금 수급이 꼬이기도 한다. 한 업종에서 엇비슷한 종목을 짝지은 뒤 고평가된 종목을 팔고(쇼트), 저평가된 종목을 사는(롱)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쓰는 롱쇼트펀드가 많기 때문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시가총액 1, 3등 종목을 롱하고 2등 종목을 쇼트하는 전략을 쓸 때가 많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 재개 이후 셀트리온의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까지 불어났다.에스엠 vs JYP엔터 승자는엔터 업종에서는 JYP엔터가 판을 흔들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공으로 엔터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트와이스’를 앞세운 JYP엔터 주가가 올 들어 124.36% 급등하면서 새 강자로 떠올랐다. 엔터 업종은 전통적으로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왕좌를 다퉜지만 와이지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그 자리를 JYP엔터가 차지했다. 9월 JYP엔터가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잠시 엔터 대장주가 됐지만 연말 에스엠이 힘을 내며 다시 1위에 올랐다.엔씨소프트는 한동안 넷마블에 내줬던 게임업종 대장주 자리를 지난달 말 되찾았다. 이달 6일 넷마블 주가가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출시 이후 11.95% 급락하면서 엔씨소프트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은 11조1670억원으로 넷마블(9조2937억원)보다 1조8670억원(20.15%) 많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업종 1등주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프리미엄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장주 경쟁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최만수/마지혜 기자 bebop@hankyung.com
JYP엔터테인먼트(JYP Ent.)가 올해 3분기 호(好)실적 기대감에 오르고 있다.16일 오전 9시21분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JYP엔터는 전날보다 750원(2.10%) 오른 3만6450원에 거래됐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JYP엔터의 3분기 매출을 작년 동기보다 99% 증가한 348억원, 영업이익은 805% 늘어난 100억원으로 추정했다.이 증권사의 이기훈 연구원은 "해외 음원 매출 증가와 트와이스의 일본 매출 본격 반영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최근 두 달 새 JYP엔터테인먼트(종목명 JYP Ent.) 주식을 대거 판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JYP엔터 등 상승세가 가팔랐던 종목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주 고점 논란’이 불거진다면 한동안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난달 30일 기준 JYP엔터 주식 233만3431주(6.69%)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올 5월31일 291만8113주(8.4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새 58만4682주(1.73%)를 팔아치운 셈이다.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난해 12월 JYP엔터 지분을 5.13%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인 박진영 JYP엔터 이사(16.03%)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5월에는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엔터주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JYP엔터 지분율을 8%대까지 늘렸다.한국투자밸류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JYP엔터 주식은 8월7일(304만9580주)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 기간 시장에 내다판 주식 수만 70여만 주에 달한다.한국투자밸류운용의 계속된 매도에도 JYP엔터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주당 처분단가는 2만3234원에서 3만6826원까지 상승했다. 평균 3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하면 210억원어치에 이른다.자산운용업계에서는 올 들어 JYP엔터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펀드 내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한국투자밸류운용이 ‘일부 매각’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대표는 “지난해 JYP엔터를 주당 4000원대에 매입했는데 최근 주가가 10배 가까이 오르면서 펀드 내에서 JYP엔터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커졌다”며 “JYP엔터는 물론 엔터주 전반에 대해선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란 점에서 여전히 좋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JYP엔터 주가가 지나치게 오른 상황에서 대표적 가치투자 펀드가 지분을 축소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렇지 않아도 여러 기관투자가가 JYP엔터를 비롯한 엔터주 전반을 놓고 최근 주가가 너무 올랐다며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2대 주주가 지분을 내다팔았는데 신경이 안 쓰일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한국투자밸류운용의 이번 JYP엔터 지분 매각을 두고 “아직 주가가 충분히 더 오를 수 있는데 매도 타이밍이 너무 빨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2016년 말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를 담지 않은 한국투자밸류운용 펀드 수익률이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