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기울어진 과세체계’가 투자자들의 해외 ETF 직구(직접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역차별에…해외 ETF도 '직구' 급증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거래한 해외 주식 10개 중 5개가 해외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에 이어 중국 인덱스펀드인 ‘CHINA AMC CSI 300 INDEX ETF’가 2위였다. 이 ETF의 올해 거래대금은 1조3000억원이 넘는다. 나머지 4개 ETF는 미국 내 주식과 연계된 상품이다. 이들 5개 상품의 거래량은 30억4383만달러(약 3조6420억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ETF는 71개다. 이들의 시가총액(순자산)은 2조6277억원으로 올 들어 3075억원(13.28%) 늘었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해외ETF 직접 거래 규모가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 거래보다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 ETF도 직구를 선호하는 이유는 차별적인 과세체계에 있다.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투자수익에는 양도소득세(22%)만 부과된다. 금융소득종합 과세 대상에서도 빠진다. 과세 대상은 1년 수익과 손실을 합산한 값이다. 세법상 해외에 있는 것은 펀드가 아니라 주식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펀드로 간주돼 매매할 때마다 배당소득세(15.4%)를 낸다. 수익을 냈다면 연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2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에는 최고 세율인 46.2%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에게 불리하다. 1년 전체로는 손실을 봤더라도 수익을 본 매매거래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

이승준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현장에서는 역차별적인 과세체계 때문에 고액 자산가의 해외 ETF 직구 선호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직구 ETF에 배당소득세를 물리도록 세법을 개정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세 대상을 특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