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에 따른 수혜주로 각광받던 닭고기 업체 마니커 주가가 8일 급락했다. 사업 협력 차원에서 지난해 마니커 지분 140억원어치를 사들여 2대주주에 올랐던 CJ제일제당이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게 영향을 미쳤다.

15개월 만에 41% 수익…마니커 전량 매각한 CJ제일제당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마니커는 80원(7.55%) 떨어진 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CJ제일제당은 보유하고 있던 마니커 지분 1633만6056주(12.28%)를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ASF 발생으로 마니커 주가가 급등하자 CJ제일제당이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마니커는 지난 4월 초까지 800원 초반대에서 거래되던 ‘동전주’였다. 4월 중순 들어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 ASF가 퍼지자 4월 24일 종가 기준 133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8월 초 700원대로 떨어졌다. 9월 중순 들어 경기 파주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ASF가 발생하자 지난달 25일 1565원으로 급등했다.

CJ제일제당은 마니커가 1390원으로 거래를 마친 9월 27일 153만6056주를 판 것을 시작으로 본격 매도에 나섰다. 총 매각대금은 197억7869만원이다. 취득 후 1년간의 보호예수가 해제된 지 3개월 만의 전량 매각이다.

15개월 만에 41% 수익…마니커 전량 매각한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26일 생물자원 사업 등의 협력 차원에서 마니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1633만6056주(12.28%)를 140억원에 취득했다. 이 거래로 CJ제일제당은 마니커 최대주주인 이지바이오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매각으로 CJ제일제당은 57억7869만원의 차익을 거둬 15개월 만에 41.2%의 수익을 올렸다.

증권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생물자원 부문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는 글로벌 업황 악화로 올 상반기 17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연간 영업적자 전망치는 최소 250억원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시점에 마니커가 급등하자 차익실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생물자원사업부 분사 등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마니커의 대주주인 이지바이오도 최근 주가가 오르자 보유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이지바이오는 지난달 24~25일 이틀에 걸쳐 981만273주를 매각했다. 이지바이오의 마니커 지분율은 40.38%에서 26.64%로 13.74%포인트 떨어졌다.

대주주들의 잇단 지분 매각에 따른 매물 증가와 실적 악화로 마니커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112억원의 순손실을 낸 마니커는 올 들어서도 지난 2분기 33억원과 34억원의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내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