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등 외화 표시 자산에 대한 머니마켓펀드(MMF) 투자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은행권 일변도였던 단기 외화자금 운용 양상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기존규제정비위원회를 열어 자산운용 분야 규제 96건 중 24건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화 표시 MMF 도입이다. MMF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 운용 상품으로 꼽힌다. 수익률은 연 1% 중반 수준이지만 수수료가 없고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빼낸 자금을 잠시 굴리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MMF 투자 대상을 원화 표시 자산으로 한정하고 있다. 자산의 원리금과 거래액 등이 환율 등에 의해 변동되는 자산의 편입도 금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해외 투자가 일반화되고 외화로 자산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도 늘어난 상황에서 외화 MMF 금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연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화 MMF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 감독규정에 운용 시 준수사항을 규정하는 등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외화 MMF 도입으로 은행 외화예금에 의존하던 금융소비자의 외화자금 운용 양상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금을 달러 등 외화로 보유하려는 투자자의 경우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은 은행의 달러예금, 증권사의 달러 RP 등으로 선택지가 제한돼 있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투자 상품을 주로 이용하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은행에 예치돼 있던 외화자금 일부가 MMF로 옮겨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 외화예금 규모는 708억달러(약 85조원)에 달했다.

당국 안팎에서는 “달러 MMF 허용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MMF 설정액은 109조6726억원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