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한화자산운용과 함께 미국 시카고 도로변 주차장 운영기업에 2억4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의 노상주차장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가 필요한 인프라 사업으로, 투자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증권은 미국 시카고 지역 노상주차장 운영기업인 시카고파킹미터의 선순위 사모대출채권 2억달러를 총액 인수해 최근 셀다운(재매각)을 완료했다.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과 한화생명도 시카고파킹미터의 대출 리파이낸싱에 참여해 4000만달러를 별도로 인수했다.

시카고파킹미터는 시카고 지방정부로부터 75년간 3만6000여 대를 소화할 수 있는 노상주차장 독점 운영권을 2009년 획득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모건스탠리 인프라펀드, 독일 알리안츠, 아부다비투자청 등이 주요 주주다. 최근 주차요금 징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스마트폰 주차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한 주차 예약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인건비를 절감해 경영 효율을 높였다.

한화증권 등이 인수한 채권은 대출만기가 30년에 달하고 공모사채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연 5%대 후반의 금리를 보장해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재매각 채권 투자엔 국내 손해·생명 보험사가 대거 참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출은 수익률이 연 3%대에 불과하고, 지분은 배당여부가 불투명한 한국의 도로·철도 인프라 투자와 비교하면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노상주차장은 한국에선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영주차장으로 관리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에선 사기업이 대부분 운영한다. 민간의 투자도 활발하다. 지난 3월엔 하나금융투자와 KB자산운용이 유럽 최대 주차장 기업 인디고 지분을 인수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