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를 제작하는 주요 제지주는 올해 1~4월 증시 상승기에 가장 뜨거웠던 종목으로 꼽힌다. 원재료인 폐지가격 급락으로 인한 수익성 개선과 전자상거래 활성화라는 ‘메가 트렌드’ 변화가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주가가 지속적인 하락 궤적을 그려 투자자들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골판지주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오를 여지가 많은 종목인 만큼 긴 호흡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골판지株의 꿈…시총 兆단위 업체 나올까
브레이크 걸린 골판지株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세아제지는 400원(1.31%) 떨어진 3만250원에 장을 마쳤다. 올초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아세아제지는 지난 4월 15일 4만7700원(종가)을 찍을 때까지 별다른 조정 없이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아세아제지 상승률은 35.50%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3일까지 36.58% 추락했다. 수출포장(5월 이후 등락률 -13.85%), 영풍제지(-11.12%), 삼보판지(-15.71%) 등도 비슷한 시기에 고점을 찍고 이후 하락세를 탔다.

최근 1~2년간 기관투자가 등 큰손의 골판지주에 대한 가장 큰 ‘투자 아이디어’는 원재료값 하락으로 인한 마진 확대였다. 중국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골판지 원재료인 폐지 수입을 2017년부터 줄여나가면서 국내에 폐지 공급이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폐지 가격(수도권 기준)은 작년 1월 ㎏당 136원에서 지난달 66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게 골판지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논리였다. 실제로 아세아제지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18.3배 급증한 982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올 들어 판매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마진 폭이 축소됐다는 점이다. 골판지업체들이 지난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거둔 것을 확인한 구매업체들이 판매 가격 인하를 거세게 요구하면서 상반기 골판지 기업들의 영업이익 규모가 줄었다. 올해 상반기 주요 골판지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삼보판지)~46.2%(영풍제지) 줄었다.

“저평가 매력 여전”

최근 수개월간의 주가 조정에도 전문가들은 “골판지주의 성장 추세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최근 골판지업체 상당수가 폐지 수거부터 제품 출하까지 망라하는 수직계열화를 마무리했다”며 “대형화가 이뤄져 판매가 인하 압력에 버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골판지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2017년 상반기 3.8%에 불과했던 신대양제지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상반기 16.3%로 급상승한 뒤 올 상반기에도 16.0%를 나타냈다.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으로 골판지 수요가 따라서 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017년 91조9000억원에서 2019년 13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시가총액이 조(兆)단위에 이르는 미국 일본 등의 골판지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들은 아직 저평가 매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인터내셔널페이퍼의 시총은 20조원, 일본 오지홀딩스코퍼레이션은 7조원에 달한다.

최 대표는 “국내 골판지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3~5배로 해외 대형 업체의 10~15배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고 설명했다. 박정구 가치투자자문 대표는 “폐지 가격 하락과 골판지 수요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흐름”이라며 “골판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