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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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유 물량의 1000배에 달하는 채권 매도 주문이 시장에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9시 12분과 13분에 JTBC 회사채에 대한 매도 주문 300억원, 500억원어치가 각각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왔다.

이들 주문의 매도 물량은 800억원으로 이 회사채 총 발행액(510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투증권 측은 전자증권제 시행으로 전산시스템을 바꾸면서 개발자가 '타사 대체 채권' 입고 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설정을 잘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다행히 한 고객의 지적으로 오류를 인지하고 관련 채권의 매매 및 입출고 정지 조치를 취해 거래는 체결되지 않았다.

'타사 대체 채권'이란 고객이 다른 증권사 계좌로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옮기는 것으로 해당 고객은 JTBC 회사채 2000만원어치를 한투증권 계좌로 옮기는 과정에서 금액이 2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보고 회사 측에 이를 알렸다.

그러나 한투증권이 이 문제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다른 '타사 대체 채권' 입고 계좌 두 개에서 각각 금액이 1000배로 부풀려진 300억원, 500억원어치의 매도 주문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나왔다.

이날 시장에 잘못 나온 매도 주문 물량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해당 주문이 거래소 시스템에서 최종적으로 취소된 시각은 각각 오전 10시 25분과 28분이었다.

만일 고객의 신고가 없어 회사측의 거래 정지 조치가 더 늦게 취해졌다면 거래가 체결됐을 수도 있었다.

이는 증권사 실수로 있지도 않은 유령 주식 유통 문제를 일으킨 지난해 삼성증권의 배당착오 사태나 유진투자증권의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다.

이번에 유사한 사고가 채권시장에서 발생함에 따라 국내 증시의 거래 시스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