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
10개월 활동 마친 최운열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한국 정당사에서 보기 드문 기구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수많은 특위가 명멸했지만 뚜렷한 목표 의식 아래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개발하는 특위가 정부가 아닌, 여당 산하에 설치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본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특위는 더더욱 처음이다. 당내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례적이다. 10개월이란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세 인하 등 수십 년 묵은 과제 해소를 이끌어냈으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9대 핵심과제와 58개 세부과제를 백서로 담아 제출하기도 했다. 여당 내 최고 금융전문가로 손꼽히는 최운열 위원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1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시장으로 흘러들어오도록 해야만 혁신 성장과 실물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 10개월간의 특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대단히 만족합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장범식 특위 실무위원장(전 금융위원회 금융개혁추진위원장), 이명호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드림팀’이 꾸려지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모든 이슈를 연구하고 대안을 토론했습니다. 그 노력의 결정체가 바로 특위 활동 백서입니다.”

▷구체적인 성과도 있었습니까.

“지난 6월 1일부로 증권거래세가 0.05%포인트 인하됐습니다. 20년 전 증권연구원장 시절부터 주장해온 증권거래세 폐지가 첫발을 뗀 것입니다. 주식 채권 등 거래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는 손실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야 합니다. 과거 주식 투자자를 부유층으로 간주했던 정부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부과한 ‘징벌적 세금’의 성격이 큽니다. 전 국민이 자유롭게 주식 투자를 하는 요즘에는 맞지 않는 세금이죠.”

▷고작 0.05%포인트 인하에 그쳤습니다.

“장기적으로 폐지한다는 데 기획재정부도 동의했습니다. 0.05%포인트 낮추는 데도 1조2000억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듭니다. 일본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한 이유입니다. 거래세는 폐지하되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르면 올해 말께 구체적인 정부 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양도세 강화가 주식 거래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요.

“그래서 합리적인 세제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지금은 주식에서 3000만원 손실을 보고 펀드에서 2000만원 이익을 봤다고 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상으로 1000만원 손실임에도 불구하고 펀드 이익에 대한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 합니다. 지난해 손실을 올해 이익과 상계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향후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과 손실 이월공제가 도입되면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습니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만 쏠리는 것도 불합리한 세제 탓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에서 주식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게 사실입니다. 보유기간 3년 이상인 토지 건물에 최대 80%까지 양도 차익을 감면해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대표적인데요. 금융투자상품에도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도입해 장기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11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 가운데 200조~300조원만 들어와줘도 기업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세수도 증가하지 않겠습니까.”

▷혁신 성장을 위해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를 살펴보면 창업은 꽤 일어나는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는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 탓에 스케일업(규모 확대)을 위한 자금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이 같은 스케일업 투자는 보수적인 은행이 아니라 공격적 성향의 증권사와 운용사 등이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증권·운용사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본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190조원(2018년 말)에 달하는 돈이 대부분 은행 예금에 묶여 잠자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평균 수익률이 국민연금(연 5.2%)보다 낮은 연 2.3%에 불과합니다. 연 3%포인트면 근로자들이 매년 5조7000억원을 앉아서 손해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특위가 제안한 ‘기금형 퇴직연금’(외부 전문가 운용)과 ‘디폴트 옵션’(자동 투자제)이 도입되면 근로자의 노후 생활에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입니다.”

▷감독 체계 문제는 없습니까.

“문제가 많습니다. 금융감독 체계가 아직도 은행과 증권을 나눠 업권별로 돼 있습니다. 선진국을 보더라도 증권과 은행 기능을 합친 ‘유니버설 뱅킹’이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금융감독 시스템부터 업권별이 아니라 기능별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합니다.”

▷퇴직연금 개편에 대한 당내 이견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퇴직금을 증시 부양에 활용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당 안팎의 오해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의원을 한분 한분 찾아뵙고 설득한 결과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이고 근로자의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조만간 관련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측과 협의해 법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은 금융 후발국인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분야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금융중심지’ 전략이 추진됐는데 핵심은 역시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서울을 금융허브로 만들자는 구상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같은 아이디어는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간 유일하게 고급일자리(4000여 명)가 늘어난 분야가 사모펀드입니다. 최근 ‘파생결합증권(DLS)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선 곤란합니다.”

■ 최운열 위원장은…

△1950년 전남 영암 출생
△광주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석·박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증권연구원장
△코스닥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서강대 대외부총장
△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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