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시장에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투자금을 쓸어담고 있다. TDF의 설정액은 올 들어 8000억원이 넘게 불어났다. 공모펀드 시장에서 총 3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TDF 가운데 올해 손실을 본 상품은 한 개도 없다.
공모펀드 시장 '타깃데이트 펀드 天下'
적극적 자산 배분으로 올린 성과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TDF 설정액은 총 2조1770억원으로 집계됐다. 도입 초기였던 2016년 말 654억원에 불과했던 TDF 설정액은 2017년 말 6749억원, 2018년 말 1조3730억원으로 매년 크게 불어났다. 올 들어 늘어난 금액은 8040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내외 공모 주식형펀드에선 총 3조3081억원이 빠져나갔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독보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TDF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1.76%다. 최근 1년간 4.14%, 2년간 6.76% 기준으로도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조사 대상 960개 공모 주식형펀드의 올해 평균 손실은 1.83%다. 최근 1년과 2년간은 각각 12.69%, 13.39% 손실을 봤다.

상품별 성과를 보면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TDF는 ‘신한BNPP마음편한TDF2040’ 펀드로 19.05%였다. ‘한화라이프플러스TDF2045’(17.25%)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15.10%)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TDF 가운데 손실을 낸 상품은 하나도 없다. 기간을 1년, 2년으로 늘려 잡아도 모두 플러스를 나타냈다.

TDF가 펀드매니저 재량에 따라 시장 상황이나 생애 주기에 맞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 수익률 측면에서 선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두형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연금솔루션센터장은 “TDF는 투자 대상 자산 비중이 변할 때 이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히 고지하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그걸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매니저의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수익률이 잘 나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대상 자산, 지역 등이 골고루 분산돼 있어 일부 투자 대상 자산에 문제가 생겨도 부정적 영향을 받는 걸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금 몰리는 TDF

투자금이 몰리면서 자산운용사 간 자금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액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삼성운용이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다가 최근 미래운용이 격차를 좁히는 추세다.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의 TDF 설정액은 지난 1월 말 5186억원, 3690억원에서 11일엔 7678억원, 7191억원이 됐다. 격차는 1496억원에서 487억원으로 좁혀졌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운용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TDF 인기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강대진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투자는 단기적으로 치고 빠져 큰돈을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최근에는 ‘은퇴 시점까지 감안해서 장기적·계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란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관리의 편의성 때문에 판매사들이 TDF를 적극 홍보한 것도 설정액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이다. 이규석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솔루션본부장은 “퇴직연금 사업자로서는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수년간 투자자에게 TDF 가입을 적극 권유했다”고 말했다.

■ 타깃데이트 펀드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기를 ‘목표 시점(타깃데이트)’으로 삼아 해당 시점에 투자자가 기대하는 은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 생애 각 주기에 맞춰 처음엔 주식 등 고위험 상품 비중이 높지만 은퇴가 가까워지면 채권 등 안전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