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배송전쟁’이 식품 관련 주(株)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빠른 배송 덕에 식품기업 매출이 느는 건 좋지만 그만큼 비용(운반비) 부담이 급증해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배송 경쟁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때까지는 식품기업들의 실적이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실망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송 전쟁, 식품株엔 '양날의 검'
판관비 부담 커진 식품기업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식품업종 내 조사 대상 29개 기업 중 17곳의 2분기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가 전년 동기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CJ제일제당이 작년 2분기 6489억원에서 올 2분기 8665억원으로 33.5% 불어나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하이트진로(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28.6%) 고려산업(26.9%) 사조대림(24.1%) 롯데제과(15.5%) 순이었다.

이 중 상당수는 판관비에 속해 있는 운반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사조대림, 동원F&B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CJ제일제당의 2분기 운반비는 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1150억원) 대비 41.6% 증가했다. 전체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7%에서 18.7%로 늘어났다. 사조대림과 동원F&B의 운반비도 각각 16.2%, 16.4% 증가했다.

주요 식품기업들의 운반비는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1년간 4567억원의 운반비를 써 2017년(4420억원) 대비 증가율이 3.3%에 그쳤던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 연간 운반비의 65.7%에 달하는 3004억원을 지출했다. 작년 하반기(2370억원) 대비 증가율은 26.7%다.

배송 전쟁이 ‘직격탄’

증권업계에선 유통·식품업계에서 최근 격화되고 있는 배송 전쟁이 운반비 및 판관비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운반비·판관비가 크게 늘어난 CJ제일제당, 사조대림, 동원F&B, SPC삼립 등은 모두 배송 전쟁에 적극 참전하고 있는 업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쿡킷’이란 브랜드를 선보이고 밀키트 시장에 진출했다. 밀키트는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을 배송해주면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되는 가정간편식(HMR)의 일종이다.

동원F&B는 직영몰인 ‘동원몰’을 기반으로 한 새벽배송 서비스 ‘밴드 프레시’를 지난 2월 시작했다. 직매입하는 쿠팡을 제외한 다른 쇼핑몰을 통해 이뤄지는 판매도 식품기업들의 운반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세’라고는 하지만…

1인 가구 증가 등 ‘메가 트렌드 변화’로 배송 서비스가 식품업계의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증권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보다 운반비를 포함한 판관비 증가폭이 더 커 식품기업 실적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의 2분기 매출총이익은 1조418억원으로, 1년 전(8335억원)보다 25.0% 불어났다. 최근 3년 내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5.0% 감소한 1753억원에 그쳤다. 사조대림도 2분기 매출총이익이 10.7% 늘어나는 동안 판관비는 24.1% 증가했다.

한 증권사 음식료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식품기업들이 배송 전쟁에 가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 운반비 등 비용 증가폭이 관련 사업의 매출 증가폭보다 가파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흐름이 역전될 때까지는 실적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